등록 : 2018.09.12 15:28
수정 : 2018.09.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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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미국 시각) 발간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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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책 발간
올초 주한미군 가족 철수 트윗 날리려는 트럼프에
그레이엄 의원 “한국·일본 경제 뒤흔들 것…
전쟁할 준비 안 됐거든 시작도 하지 마라”
트럼프, 올초 FTA·주한미군 등으로 문 대통령 공격
청와대 “정부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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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미국 시각) 발간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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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초 주한미군 가족 철수 명령 트위트를 띄우려다 말았는데, 이 과정에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조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이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을 심층 인터뷰해 11일(현지시각) 발간한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와 무역 문제에서 막무가내로 ‘공포 정치’를 휘두른 일화들이 묘사돼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해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연말,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주한미군 가족 철수 명령 트위트를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의 측근인 그레이엄 의원은 그해 12월3일 방송에 나와 “주한미군 가족들을 철수할 때”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튿날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재자를 통해 “민간인 소개령을 공격 임박 신호로 여길 것”이라는 리수용 당시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의 경고를 전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트위트를 올리지 않았으나 미련을 버리지 않다가 한 달 뒤 그레이엄 의원과 전화로 논의했다. 하지만 이때 그레이엄 의원은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당신이 그걸 하는 날은 한국 주식시장과 일본 경제를 뒤흔드는 날이 될 것이다. 그건 진짜 큰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자, 그레이엄 의원은 “전쟁할 준비가 돼 있는 게 아니라면 이 과정을 시작조차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해 9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중국이 그(김정은 국무위원장)를 암살하고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북한 장군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던 올해 2월 평창겨울올림픽 직전·직후에 미국 공군은 북한을 압박할 목적으로 태평양 상공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막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올 초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이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지 못해 미국 본토를 제대로 공격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올해 1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무례하게 몰아세운 장면도 책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180일 안에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는 편지를 보내고 무역 관계를 깨고 싶다”며 “당신들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웠다. 공짜로 돈 주는 걸 그만 하련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무역과 안보는 서로 엮여 있고,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협력자다. 경제 관계에서 일부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해에 이르기를 원한다’며 그를 다독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들은 사드 비용을 내야 한다. 우리가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왜 거기에 둬야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켈리 비서실장 등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성국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 북한보다 한국에 더 노여움을 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씁쓸한 농담을 나눴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세웠다는 책 내용과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우드워드의 책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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