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9 16:58
수정 : 2018.09.20 00:52
한밤 트위트에서 “아주 흥미롭다”며 긍정적 반응
트럼프, “북이 핵사찰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밝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엄청난 진전” 평가 전해
영변 핵시설 사찰-폐기 논의 상당한 진척 시사일 수도
미국이 결단 내리면 폼페이오 장관 4차 방북 이후
11월 중간선거 전에 2차 북-미 회담 열릴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엄청난 진전”이 이뤄졌고 “매우 흥미롭다”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오는 24일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등을 거쳐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북한 문제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며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에 “아주 좋은 뉴스”라고 반응했다. 또 “북한의 김정은도 나도 냉정하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한시간 남짓 뒤(미국시각 자정께) 트위터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정은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수용하기로 합의했으며, (핵)실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구히 해체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로켓 발사나 핵실험이 없을 것이다. 영웅(한국전쟁 미군 전사자)들 유해가 미국으로 계속 돌아올 것이다. 또 북한과 남한은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주 흥미롭다!”고 적었다. 자정이 넘어 글을 올린 것으로 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 입장을 거듭 내놓은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 북한이 원하는 안전 보장 및 관계 정상화 협상이 재개돼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구체적 메시지가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달된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및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힐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한다면 이르면 중간선거(11월6일) 전인 10월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평양에서 한 브리핑에서 “분명히 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이 핵 개발의 상징이자 핵심인 영변 핵시설에 대해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적 조치’를 처음으로 밝힌 점이 협상에 동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과거 정부들과 달리 역사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미국 여론을 설득하고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을 만한 ‘중요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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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선언이 명시하지 않은 “핵사찰”(nuclear inspections)을 얘기한 것도 눈에 띈다. 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것을 핵사찰로 확대해석했거나, 자신의 희망을 반영해 선수를 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북-미 사이에 영변 핵시설 사찰 협의까지 진척됐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핵시설 폐기는 결국 사찰과 한쌍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에서도 북한이 핵 리스트를 여전히 제시하지 않는다며 회의적 시각이 나오는 반면 남북 정상회담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발표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돌파구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처가 무엇인지를 놓고도 미국 행정부 내부는 물론 남-북-미 간에 긴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담보됐어야 할 비핵화 관련 아이템들을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멋진 세이브를 했다”며 “하지만 최종 요구 가격이 얼마인가?”라고 적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에서 기자들에게 ‘상응 조처에 종전선언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종전선언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검토될 수 있다”고 답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평양공동취재단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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