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21 15:15
수정 : 2018.09.21 22:42
영변 핵시설 폐기 미·IAEA 사찰
평양공동선언 문구에는 없는데
미 국무부 대변인, 기정사실화
“그건 핵 폐기의 정상적 과정”
북 ‘미 상응조처’ 요구에는
미 “비핵화가 먼저 와야”
미 국무부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때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이 “한국, 북한, 미국 사이에 공유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의 사찰 문제가 남북 ‘평양 공동선언’엔 명기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관련해 남-북-미 사이에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음을 내비친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각) 영변 핵시설의 폐기 과정에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참여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사찰단에 대해 얘기했다.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의 사찰단을 어떤 것의 일부로 포함하는 것은 공유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일(핵 폐기)을 할 때의 정상적 과정이다. 우리는 그 나라들(남북)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 북한 정부와 논의했다. 이는 남북 사이의 이해이기도 하고, 내가 알기로 지난 며칠 동안 논의된 내용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 과정의 사찰 문제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평양 공동선언에 담긴 문구와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남긴 발언 사이에 ‘중요한’ 불일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평양 공동선언을 보면,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에 대해선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밝혔지만, 영변 핵시설에 대해선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만 밝혔다. 이 문구만으로는 북한이 동창리에 이어 영변의 핵 사찰까지 받아들였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 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트위터에 “김정은이 핵 사찰(Nuclear inspections)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폼페이오 장관도 20일 성명에서 남북이 “영변의 모든 시설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그는 19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한 요소를 현장에서 검증하는 또 다른 발걸음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북-미 간 예민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찰 문제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서울 복귀 뒤 대국민 보고에서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밝혔다. ‘참관, 영구적 폐기’라는 단어를 쓰되,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사찰과 검증을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위해 상응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어떤 것도 비핵화 없이 일어날 수 없다. 비핵화가 먼저 와야 한다”고 ‘선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