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25 13:12
수정 : 2018.09.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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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센토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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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이나 마러라고…김정은 이동·경호·여론 등 변수
종전선언 무게둔다면 판문점이나 평양 가능성도
트럼프 “1차 때와 비슷한 포맷”…이번에도 제3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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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센토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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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고 “장소와 시기에 관해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두 정상이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앉을지 관심이 쏠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한반도 종전선언 행사까지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을지와 연동돼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에게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그리고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장소, 시기 등에 대해 두 분 사이에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한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미 간에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향후 시나리오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평양 방문→2차 북-미 정상회담→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18~20일 3차 남북정상회담과 이날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국, 북한, 미국의 세 정상들이 내놓는 긍정적인 반응과 실무급 접촉 움직임의 속도를 보면, 10월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6일 중간선거 이전에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적 성과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10월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키우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백악관의 혼돈상을 담은 밥 우드워드의 책 출간, 브렛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의 과거 성추문 의혹 등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려있다.
10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할 경우 우선 고려할 수 있는 회담 장소는 미국 워싱턴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하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러겠다”고 답한 바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를 최초로 미국으로 불러들여 확실한 비핵화 조처를 좀더 구체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면, 이때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여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상상해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김 위원장의 장거리 이동 문제와 미국에서의 경호·의전 문제를 한 달 안에 해결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을 미국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데에 대한 미 행정부 내 의견과 여론도 변수다.
북-미 정상회담과 동시에 한반도 종전선언까지 하는 그림을 생각해본다면, 장소는 미국 이외의 곳이 고려될 수 있다.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한반도가 우선 떠올릴 수 있는 장소다. 특히, 65년 전 정전선언이 이뤄진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역사적 상징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지리적으로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함께 종전선언을 하기에 맞춤한 곳이다. 판문점은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은 어떤가”라며 회담지로서 한번 관심을 표했던 곳이기도 하다. 북한이 미국 내 회의론을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의 ‘화끈한’ 비핵화 조처를 내놓을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수도 평양으로 직접 날아가 통큰 모습을 보여주는 방안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시기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것은 남북미 정상회담도 염두에 둔 것이냐’고 묻자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평양이나 판문점 개최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한의 조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참모들의 부정적 의견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차 때처럼 이번에도 미국이나 한반도가 아닌 제3의 장소로 낙점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지난 번과 비슷한 포맷이 될 것인데, 다른 장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아닌 또 다른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북한과 미국이 핵 협상을 벌여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던 스위스 제네바, 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협상을 제안하면서 장소로 지목한 오스트리아 빈 등이 후보지가 될 수 있다. 이들 모두 중립적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종전선언을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한다면, 11월 중순 이후 열리는 다자정상회의들도 계기가 될 수 있다. 11월에는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30일부터는 아르헨티나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 정상회의에는 불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화보] 문 대통령 평양 뒤 미국 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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