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30 03:08
수정 : 2018.09.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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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일반토의 연설을 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가능하다”며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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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유엔총회연설서 미국 상응조처 촉구
“비핵화 의지 확고부동하지만 미국이 신뢰 줘야”
유엔 안보리에도 대북 제재 해제·완화 노력 촉구
“트럼프 정신이상자” 공격하던 지난해 연설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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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일반토의 연설을 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가능하다”며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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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각)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가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가능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리 외무상은 “조선반도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는 데 있어 관건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역사적인 조미 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과 회담에서 합의 채택된 조미 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며 “조미 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조선반도는 아시아와 세계의 안전에 기여하는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공동성명에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실현 △북-미 인도적 문제 등 해결 원칙 등이 담긴 점을 언급했다.
리 외무상은 북-미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처를 촉구했다. 그는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 조성을 앞세우는 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리 외무상은 북-미 신뢰 조성을 위해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 “중대한 선의의 조치”를 먼저 취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데 대하여 확약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화답을 우리는 보지 못 하고 있다”며 “미국은 선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이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 외무상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언급하면서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이었다면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지금같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가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조미 사이 신뢰조성을 중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또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내 비관론과 관련해, “미국의 국내정치”,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는 순수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우리 공화국을 믿을 수 없다는 험담을 일삼고 있으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일방적 요구를 들고 나갈 것을 행정부에 강박하여 대화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관론을 주입하며 북-미 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미국 내 세력을 비난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만일 조미 두 나라가 과거에만 집착하면서 상대방을 무턱대고 계속 의심하려 든다면 이번 조미공동성명도 지난 시기 실패한 다른 조미간 합의와 같은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또 대북 제재 해제·완화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역할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우리의 핵시험과 로켓 시험발사를 문제시해서 숱한 제재 결의를 쏟아낸 유엔 안보리지만 그 시험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는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유엔군 사령부에 대해서도 “북남 사이 판문점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사가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막으려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유엔군 사령부는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는 연합군 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과 특히 유엔 안보리는 자기 사명으로부터 마땅히 국제 평화 안전에 도움되는 사태 발전을 지지하고 고무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유엔은 ‘모두에게 필요한 유엔 건설’이라는 본 회의의 주제를 조선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제 행동에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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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일반토의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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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외무상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적 표현들도 일부 동원했다. 그는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의 망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한 “상대방을 불신할 이유에 대해 말한다면 미국보다 우리에게 그 이유가 훨씬 많다”며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핵무기를 보유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한 나라다. 미국은 70년 전 공화국 탄생 첫날부터 적대시 정책을 실시해왔으며 자국 기업이 우리와 나사못 하나도 거래 못하게 철저한 경제봉쇄를 감해하고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미국 땅에 돌멩이 한 개 날아간 적 없지만 미국은 조선전쟁(한국전쟁) 시기 우리나라에 수십발의 원자탄을 떨구겠다고 공갈한 적 있고, 그 이후에도 우리 문턱에 끊임 없이 핵 전략자산을 끌어들인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과대망상자”, “정신이상자”, “악통령” 등으로 부르며 강하게 비난했던 지난해 연설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대신 그 “반대파”를 공격하며 ‘북-미 신뢰 조성’을 강조하려 애썼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고 실무 대화를 이어가는 국면에 견줘 다소 강경한 표현들도 동원된 것은, 전세계를 상대로 북한 주장의 정당성을 단호하게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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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 셋째)이 28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뉴욕의 숙소를 나와서 경호 인력과 함께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유엔주재 대표부들이 위치한 ‘우간다 하우스’로 걸어가고 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리 외무상은 유엔본부와 숙소 등을 걸어서 이동했으나, 기자들이 질문해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왼쪽 둘째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도로 너머로 유엔본부가 보인다. 뉴욕/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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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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