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30 17:13
수정 : 2018.09.30 21:50
|
안토니우 구테흐스(오른쪽) 유엔 사무총장이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 ‘리용호 연설’에 신중한 입장
‘공’ 넘겨받은 미국 “판 흔들리지 않아”
AP “리용호 발언, 종전선언 압박용”
미, 종전선언 긍정적 기류 늘었지만
‘비핵화 때까지 대북 제재 유지’ 고수
|
안토니우 구테흐스(오른쪽) 유엔 사무총장이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각)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화답”을 요구하며 미국으로 공을 넘기며,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준비 중인 미국 내 기류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정부는 리 외무상의 유엔 연설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미 국무부는 리 외무상 연설에 대한 외신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북한을 위한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과 관련된 여러 약속을 한 바 있다. 우리는 이 모든 약속들을 이행하는 것에 관해 북한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미국 언론들은 리 외무상이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없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이 미국의 양보 없이는 절대로 비핵화하지 않겠다고 한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고, <에이피>(AP) 통신은 “리 외무상의 발언은 종전선언을 조심스러워 하는 미국이 이에 합의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미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하루이틀 협상을 벌여온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이번 연설로 자극받거나 협상 판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의 이번 연설을 북한이 자신들의 입장을 유엔 무대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려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큰 틀에서 북-미 대화에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공화당 유세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또다시 언급하며 “그가 내게 아름다운 편지들을 썼다. 대단한 편지들이다”라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의 연설 뒤 몇시간 뒤에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북-미가 구체적인 실무협상에 들어가면 ‘디테일의 악마’와 마주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기간에 대해 “우리는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는 게 아니다. 2년, 3년, 5개월이 걸린다 해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까지 내비친 만큼, 협상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처에 제공할 상응조처들 가운데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처음보다 긍정적 인식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양쪽이 직접 만나 서로의 요구 사항과 시간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연결해보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파트의 오스트리아 빈 협상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가를 것이란 얘기다.
뉴욕/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