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04 12:55
수정 : 2018.10.04 21:18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각) 워싱턴D.C의 국무무 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는 7일 평양을 네번째 방문하는 그는 “북한에 다시 가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했고, 북한 비핵화 시한에 관해서는 “시간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는 남북 정상이 나눈 말…
비핵화는 수십년간 해결 안 된 장기간의 문제”
‘비핵화 이행 과정 오래 걸린다’ 현실 인식한 듯
북-미 협상 앞두고 ‘끌려가지 않겠다’ 기싸움 성격도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각) 워싱턴D.C의 국무무 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는 7일 평양을 네번째 방문하는 그는 “북한에 다시 가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했고, 북한 비핵화 시한에 관해서는 “시간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
7일 평양을 방문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각) “북한 비핵화를 빨리 하고 싶지만, 우리는 시간 싸움(time game)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뉴욕 기자회견에서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동일하다. 비핵화 과정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 기조이지만, 북한과의 본격 협상을 앞두고 ‘조급하게 끌려가지 않겠다’며 기 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도 엿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부 청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당신은 2021년 1월까지 신속한 비핵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원하는 시간표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북-미 대화 재개 뜻을 밝히면서 “이는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과정을 위한 협상의 출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질문에 “그 두 가지는 완전히 일치하는 얘기다. 우리는 빨리 하고 싶지만, 시간 싸움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언급은 내 것이 아니다.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 지도자들이 한 말을 그들의 잠재적 시간표로 내가 단순히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정확히 옳다. 이건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은 장기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미국이 애초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 내 북한 비핵화’라는 가이드라인은 밀쳐지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북한이 주요 비핵화 조치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나눈 말”이라며 “1년 내 비핵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목표는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까지 이것(비핵화)을 마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다 최근 들어 비핵화 시간표를 거둬들이고 ‘장기전’ 대비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이는 비핵화 이행 과정이 오래 걸릴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보고 핵 관련 학습이 늘면서 비핵화가 기술적·정치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본격 협상을 앞두고 “시간 싸움 안 한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탄탄한 성과에 주력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목표 시점 설정을 걷어내면 협상 성과물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는 측면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북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질문에 “협상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그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진전시킬 또 하나의 기회를 위해 다시 (북한에) 가게 되어 매우 기쁘다는 점은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뿐 아니라 우리가 비핵화 길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이해와 깊은 진전, 앞으로의 계획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