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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05 22:11 수정 : 2018.10.05 22:15

노벨위원회는 5일 드니 무퀘게와 나디아 무라드를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나디아 무라드, 성폭력 피해자서 활동가로

드니 무퀘게, 콩고 내전 성폭 피해자 치료·재활 도와
하루 10건 수술, 총 3만명 치료한 ‘기적의 의사’
수술실서 수상 소식 접하고 “큰 감동”

“전쟁 성폭력 종식” 위한 활동 공로로 노벨상

노벨위원회는 5일 드니 무퀘게와 나디아 무라드를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나디아 무라드(25)와 드니 무퀘게(63)는 전쟁 성폭력에 맞서 처절하게 싸운 이들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참혹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국제적 대응을 촉구하거나 목숨이 위협받기도 했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성폭력 피해자이자, 소수민족 야지디족의 비극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환기한 인물이다. 2014년 이라크 북서부 신자르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국가가 야지디족 수천명을 살해하고 여성 2천여명을 납치해 성노예로 삼았을 당시 모술로 끌려갔다. 고문과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형제 3명은 살해당했다. 3개월 만에 탈출에 성공해 2015년 난민으로 인정받고 독일에 살고 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가 지난해 6월 전쟁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이라크 신자르의 쿠르드족을 만나고 있다. 신자르/로이터 연합뉴스
무라드는 2015년 말 유엔 회의에 나와 자신이 겪은 참상을 증언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자서전 <마지막 소녀>를 통해서도 이슬람국가의 야만성을 폭로했다. 또 야지디족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열정적으로 벌여왔다. 그 공로로 유럽평의회 인권상과 2016년 유럽연합(EU)이 주는 최고 권위의 인권상인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다. 무라드의 동포인 야지디족은 이라크 내전 과정에서도 집단 학살을 경험했고, 이슬람국가가 창궐하자 더 큰 고통을 당했다. 아직도 수천명이 실종 상태이거나 이슬람국가에 붙잡혀 있다. 무라드는 자서전에 “나를 성폭행한 그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아픈 경험을 가진 마지막 소녀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무퀘게는 내전 중 성폭행당한 여성들을 치료하고 그들의 인권을 지키는 활동을 해왔다.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평범한 의사의 삶은 1998년 내전에 휘말리면서 급변했다. 당시 반군이 병원을 습격해 환자 수십명이 사망했고, 그는 병사들이 여성들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무퀘게는 병원에서 100㎞ 떨어진 곳에 천막으로 임시 진료소를 열었다. 무자비한 성폭행으로 생식기가 망가지는 등의 피해를 입은 이들이 계속 실려왔다. 무퀘게는 ‘성폭행의 수도’로 불리는 부카부에서 3만명 넘는 피해자를 치료했다. 하루 평균 10건의 수술을 해 ‘기적의 의사’라는 칭호도 얻었다. 그의 활동을 끝장내려는 무장세력이 병원을 습격해 동료들이 숨졌지만, 피신 생활을 하다 다시 돌아왔다. 무퀘게도 2014년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다. 2016년 서울평화상 수상 당시 소감에서 “성폭행이 (전쟁의) 목적을 이루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성폭력 생존자들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시련을 견뎌낸 분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밝혔다. 그는 5일에도 수술실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감격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산부인과 전문의 드니 무퀘게 박사가 내전의 피해를 입은 콩고민주공화국 여성들을 만나고 있다. 부카부/EPA 연합뉴스
노벨위원회는 조직적 전쟁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수상자 선정의 배경에 있다고 밝혔다. 전쟁이나 내전 가담자들은 상대방의 사기를 꺾고 인종청소를 하려는 의도에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성폭행을 ‘무기’로 삼는 것이다. 르완다 등 아프리카의 여러 내전, 발칸전쟁, 최근에는 미얀마 로힝야족에 대한 정부군 쪽의 성폭력도 이런 양상을 띠었다. 노벨위원회는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전쟁 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여성들은 보호받아야 하며, 가해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에 대한 대응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노벨평화상 선정에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노벨위원회는 미투 운동이 선정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미투와 전쟁범죄는 아주 다르다. (그러나) 여성들의 고통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며, 여성들은 수치심을 극복하고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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