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8 09:10
수정 : 2018.10.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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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교회당에 침입한 반유대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진 미국 피츠버그주에서 27일 주민들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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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피츠버그주 유대교 회당에 40대 남성 들어가 난사
“유대인들이 중미 출신 ‘침입자’ 돕고 있다”는 반유대주의자
트럼프 대통령 “종교적, 인종적 증오와 편견에 관용 없어야” 비판
그러나 “총기 규제와는 별 관계 없어…사형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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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교회당에 침입한 반유대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진 미국 피츠버그주에서 27일 주민들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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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27일 40대 반유대주의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범행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총기 규제 필요성과는 별 상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피츠버그 엘러게이니 카운티의 ‘트리 오브 라이프’ 시너고그에서 벌어졌다. 백인 남성인 로버트 바우어스(46)는 수십명이 모여 예배를 막 시작한 회당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치며 총기를 난사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지역 매체에 말했다. 바우어스는 시너고그에서 약 20분 머물렀으며, 총기 발사 뒤 나오다가 경찰과 마주쳐 서로 총격을 주고받았다. 그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았으며, 체포된 뒤에도 반유대주의 발언을 쏟아냈다고 경찰이 전했다. 현장에서는 소총 1정과 권총 3정이 발견됐다.
이 총격으로 11명이 사망하고 경찰 4명을 비롯해 6명이 다쳤다. 당시 시너고그 안에서는 ‘아이 이름 명명식’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어린이 희생자는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체포된 바우어스는 극우 인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셜미디어 갭닷컴에서 반유대주의 글을 자주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갭닷컴 계정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침입자”라고 부르고, 유대인들이 이들의 카라반(이민 행렬)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총기 소유 허가를 보유한 그는 지난달에는 이 계정에 자신의 권총들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범행을 저지르기 5분 전에도 이 계정에 “우리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나는 (시너고그로) 들어간다”는 글을 올렸다.
바우어스는 이 계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많은 유대인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으며, 총격 약 4시간 전에는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미국의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대표는 트위터에서 “유대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미국에서 반유대주의 또는 어떤 형태의 종교적 인종적 증오와 편견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청년 농업인 대상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 “이처럼 사악한 대량 살인은 완전한 악행이며, 도저히 믿기 어렵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를 다시 검토하겠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이건 그것(총기 규제)과는 거의 상관 없다”며 “그 안에 보호대책이 있었다면 결과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시설 안에 무장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총기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느냐’는 질문에 “사형제에 관한 법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짓을 하면 사형에 처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몇년을 계속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반트럼프 진영 인사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우편 폭발물이 배달된 데 이어 이번 총격 사건까지 발생해, 미국 내에 만연한 ‘분열과 증오’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지원유세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악마가 우리의 삶과 계획을 바꾸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며 예정대로 진행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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