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4 17:43
수정 : 2018.11.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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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보우소나루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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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의지 거듭 밝혀
미국, 과테말라 이어 세 번째
쿠바 인권 언급하며 ‘외교 단절’ 시사
브릭스와 거리 두며 ‘반중국’ 행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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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보우소나루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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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63)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고 쿠바와의 외교 관계 단절까지 시사했다. ‘브라질판 트럼프’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자는 1일 트위터를 통해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대선 유세 때 밝힌 것처럼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 이스라엘은 주권 국가이고, 우리는 당연히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이 대사관을 이전한다면 지난 5월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긴 미국을 따르는 게 된다. 현재까지 과테말라가 미국을 쫓아갔고, 파라과이는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겼다가 정권 교체 후 텔아비브로 다시 이전했다. 대다수 국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두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 간부 하난 아슈라위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브라질이 국제법에 어긋난 부정적인 동맹 대열에 함께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이는 중동 지역 평화를 해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자는 쿠바와의 국교 단절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 교류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쿠바 정권은 인권을 존중하지 않으므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 쿠바 의사들을 받아들이는 프로그램을 2013년 시작했고, 1만명 이상의 쿠바 의사들이 브라질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자는 브라질 정부가 쿠바 정부에 전달한 급여 중 의사들에게는 25%만 지급되고, 쿠바 의사들이 자녀와 같이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이런 국가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브라질이 속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이 “잘못된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브릭스(BRICs) 국가들과도 “협력 수위를 낮추겠다”고 밝히며 ‘관계 재설정’을 예고한 바 있다.
외신들은 보우소나루 당선자의 발언 배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쿠바 제재,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맥을 같이 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처럼 브라질 역시 위대해져야 한다”며 ‘대변화’를 예고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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