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7 22:08
수정 : 2018.11.07 23:08
|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6일 밤(현지시각) 하원 선거 승기를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민주당, 35석가량 늘리며 8년 만에 하원 탈환
러스트 벨트도 잠식하며 반트럼프 민심 확인
민주 주지사도 약진…상원은 공화당이 수성
트럼프 ‘노선 변경’ 가능성에는 회의적
|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6일 밤(현지시각) 하원 선거 승기를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로 6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 정치’에 대한 경고와 제동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국정 운영에서 상당한 견제를 받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상원에서 의석을 늘리며 다수당을 유지했으며, 주요 접전지에서 ‘블루 웨이브’(민주당 물결)를 막아내며 공고한 지지층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은 ‘공화당의 상원, 민주당의 하원’으로 권력이 분점된 의회 구도 속에 ‘트럼프 대 민주당’의 팽팽한 긴장이 예상된다.
<시엔엔>(CNN) 등 미국 언론들은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7일 오전 7시(현지시각) 기준 민주당이 하원에서 222석을 확보해 과반(218석 이상) 의석으로 다수당에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199석에 그쳤다. 민주당이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14석 중 반가량을 가져간다면 현 의석(193석)에서 35석 안팎을 추가하게 된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선거구 4곳의 향배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기존과 같은 51석으로 다수당 지위를 지켰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45석 확보에 그쳤다. 이번 선거는 상원 전체 100석 가운데 35석, 하원 435석 전체, 주지사 50명 가운데 36명이 대상이다.
관심이 집중된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버지니아·펜실베이니아·뉴저지주에서 3석씩 추가하는 등 의석을 늘려 2010년 공화당에 내준 하원 다수당 자리를 다시 빼앗았다. 하원의장을 다시 맡을 것이 유력시되는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밤 지지자들 앞에서 “내일은 미국에 새로운 날이 열릴 것”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하원 선거는 2년마다 전체를 뽑기 때문에 밑바닥 정서를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투표용지에 내 이름은 없지만 이번 선거는 나에 대한 투표”라며 ‘트럼프 중간평가’를 자청하고 나섰으나, 민심은 ‘트럼프는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년간 보여온 분열적 통치 방식에 대한 반발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
네바다주 제3선거구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민주당의 수시 리(가운데)가 7일 새벽(현지시각) 가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
선거 막바지에는 반트럼프 진영 인사들에 대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과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까지 터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카라반(중미 출신들의 미국행 이민 행렬) 공포’를 부추기며 반이민 정책으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편 가르기 정치는 미국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특히 백인 여성들과 젊은층, 비백인 등이 심판에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보도된 <시엔엔> 여론조사에서 여성의 62%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은 “트럼프의 인종주의, 성차별, 반유대주의가 하원 패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시비에스>(CBS)가 이날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투표에 영향을 준 요인이었다고 답해, 이번 선거에 어느 정도 심판의 성격이 있었음을 보여줬다. <에이피>(AP) 통신 조사에서는 선거의 가장 큰 이슈로 건강보험(오바마 케어)을 꼽은 이들(26%)이 가장 많았다. 복지제도 후퇴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반이민 드라이브를 거는 이민 문제(23%)는 그다음이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밀어준 오대호 주변의 ‘러스트 벨트’(쇠락한 제조업 지역)의 표심도 상당 부분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미시간주와 일리노이주에서는 민주당이 각각 공화당 현역을 누르고 주지사를 차지했다. 위스콘신주와 오하이오주에서는 현역 민주당 상원의원이 모두 승리했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현직인 민주당 주지사와 상원의원이 공화당을 눌렀다. 공화당은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자리를 민주당한테서 빼앗고 오하이오 현직 주지사가 승리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주지사 선거에서도 일리노이·미시간·캔자스 등 7석 안팎을 늘렸다. 주지사는 2020년 인구조사 뒤 향후 10년간 선거구를 획정할 때 거부권을 갖고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다음 중간선거를 고려할 때 조금 더 유리해진 셈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굳건한 지지세 또한 확인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임기 중간선거(2010년)에서 하원 63석, 상원 6석을 잃은 것에 견주면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폭은 그보다 작다. 상원은 선거 대상 35곳 중 26석이 민주당(무소속 포함)이 현역인 곳이어서 애초 공화당에 유리한 구조이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한 것을 강조하듯 트위터에 “오늘 밤 굉장한 성공.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그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지원 유세 대결을 벌인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론 드샌티스 후보가 앤드루 길럼 후보를 눌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시 지원 유세에 나선 조지아와 인디애나에서도 공화당이 주지사 선거를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샤이 트럼프’를 미국 전역에서 불러내진 못했지만 공략 지역에서는 지지층 결집 효력을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않은 결과를 <시엔엔>은 “뒤섞인 밤”(mixed night)이라고 표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민주당이 농촌 지역에 집중된 상원 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트럼프 시대의 정치·문화적 분열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신호”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국 제일주의와 일방주의 등 ‘트럼피즘’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정치에서 그는 단단해진 당내 기반을 토대로 민주당과 긴장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 정책에서도 북-미 대화나 미-중 무역전쟁 등에서 민주당 또한 큰 방향에 공감하고 있어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