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3 18:03
수정 : 2018.12.03 21:09
강경 나바로·라이트하이저 vs 온건 므누신·커들로 구도
‘액시오스’, “이번에는 글로벌리스트들이 득점했다”
지식재산권 등 핵심쟁점 협상에 트럼프, 누구 손 들어줄까
트럼프 “중국이 미국 자동차 40% 관세 경감 약속했다”
미-중이 무역전쟁에서 ‘90일 휴전’에 합의하자 3일 아시아 증시가 1~2%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세계 경제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다. 미국 행정부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파워게임이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2일 ‘G20에서 외교의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글로벌리스트들이 득점했다”고 짚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같은 협상파가 ‘무역 매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이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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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협상파가 주도권을 쥔 모양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중이 90일간 논의하는 △강제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서비스·농업 분야 구조 변화는 두 나라가 수년간 충돌해온 문제다. ‘기술 강국’을 노리는 중국과, 이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패권 다툼이 녹아 있어 조율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무역 구조 변화 속도에 관한 이견 등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긴장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파인 나바로 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상파인 므누신 재무장관, 커들로 위원장과 충돌이 잦았다. 미국이 올 들어 중국과 타협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가 없던 일로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갈팡질팡한 배경에는 노선 갈등이 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의 부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며 강경 노선의 선봉에 서왔다. 그가 정상회담에 배석하지 않는다고 잘못 알려졌을 때 ‘협상 타결의 청신호’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그는 지난달 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간담회에서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은행가·헤지펀드 매니저를 “무보수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라고 부르고, “만약 월스트리트가 미-중 협상에 관여하고 중국의 환심을 산다면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주위에 악취를 풍길 것”이라고 비난했다. 나바로 국장과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협상을 놓고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웠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달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아무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성명을 내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이에 반해 므누신 장관은 미국의 협상 사령탑으로서 카운터파트인 류허 중국 부총리와 대화를 이어왔다. 그는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드러운 톤’을 주입하려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커들로 위원장도 지난달 나바로 국장의 월스트리트 비난 발언 뒤 “나바로는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는 대통령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다”며 강경파와 대척점에 서왔다.
이런 혼란상에 미국 안에서는 “중국에 대해 하나의 전략이 없는 것 같다”(존 앨터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제안보 담당)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강·온파 넷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므누신 장관은 2일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바로 국장이 회담 테이블에 나와 중국에 ‘백악관은 단합된 전선’이라는 점을 보여준 게 도움이 됐다”며, 내부 불화가 강조되는 것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 자동차 관세를 줄이고 없애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7월에 수입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했으나, 미국산에 대해서는 40%로 올려 보복했다. 시 주석은 미국 상품 대량 수입과 함께 자동차 관세 인하도 양보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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