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9 14:06
수정 : 2018.12.1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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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 워싱턴 연방지법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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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트럼프 전 측근들 잇따라 난타
‘러시아 스캔들’ 위증혐의 플린 전 안보보좌관에
워싱턴연방지방법원 재판장 “매우 심각한 범죄”
트럼프, 트럼프재단 해산 합의하며 일부 ‘백기’
국경장벽 예산 조달도 우회로 찾으며 강경태도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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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 워싱턴 연방지법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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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최측근들이 잇따라 법원에서 난타당하고 있다. 해결사 노릇을 한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18일(현지시각)에는 러시아 게이트 위증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법정에서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들을 매우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어서, 그로서는 더욱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 연방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에밋 설리번 판사는 “혐오와 경멸을 감출 수 없다”며 플린을 매섭게 질타했다. 플린은 대선 직후인 2016년 12월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대사를 접촉하며 부적절한 방식으로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한 사실이 탄로나 취임 24일 만에 물러났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백악관에서 한 연방수사국(FBI) 조사 때 ‘러시아 제재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위증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설리번 판사는 “고위 관료가 백악관 경내에서 연방수사국에 거짓 진술을 한 것은 매우 심각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그는 플린이 터키 정부 로비스트로 활동한 경력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착각해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법정의 성조기를 가리키며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미등록 외국 에이전트로 일했다”, “당신은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잘못 비판한 것이다. 그는 나중에 플린이 백악관에 들어가기 두 달 전에 로비스트를 관뒀다는 점을 깨닫고는 이 발언을 취소했다.
이날 예정됐던 1심 선고는 연기됐다. 설리번 판사는 “오늘 선고하면 징역형 안 받는다고 장담하지 못한다”며 연기를 원하는지 물었고, 플린의 변호사는 “실낱같은 정상참작이라도” 기대하며 응했다. 선고 연기에는 러시아 게이트(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대선 공모 의혹)의 진실 규명에 더 협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플린은 징역형을 피하려면 진실을 확실히 털어놔야 할 형편이 됐다.
미국 언론들은 설리번 판사의 강한 압박은 예상 밖이라고 전했다. 애초 수사에 협조했기 때문에 실형 선고는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때문인지 법원에 도착할 때 플린은 밝은 표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행운을 빈다”며 여유가 묻어나는 트위트를 띄웠다. 그러나 검사가 징역형은 면하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는데도 설리번 판사는 단호했다.
이달 12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한 여성 2명에게 대선을 앞두고 입막음 돈을 전달한 코언이 선거자금법 위반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코언은 돈 전달은 대통령의 지시라고 진술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실패하고 퇴임하면 즉시 기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 검찰, 법원의 다발적 압박에 트럼프 대통령이 뒤로 물러서는 모습도 보인다. 뉴욕주 검찰은 자금 유용 혐의로 6월에 제소된 트럼프재단이 스스로 해산하고 남은 자산은 다른 비영리단체에 주기로 합의했다고 18일 밝혔다. 해산과 별개로 수사와 소송은 계속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과 채무 변제, 골프장 보수에 재단 자산을 활용한 혐의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민주당에 요구하며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업무 정지)까지 불사하던 태도도 누그러뜨렸다. 백악관은 그가 각료들에게 건설비 조달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50억달러(약 5조6천억원)가 예산안에 전액 반영되지 않더라도 자금 조달 우회로를 찾아 셧다운은 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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