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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1 15:58 수정 : 2018.12.21 19:26

20일 사임 의사를 밝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워싱턴/ 신화 연합뉴스

매티스 국방장관, 트럼프 ‘시리아 철군’ 반대하다 결국 사표
불안한 트럼프 행정부에 ‘균형’ 유지하던 ‘마지막 어른’ 사라져

20일 사임 의사를 밝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워싱턴/ 신화 연합뉴스
아슬아슬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관계가 결국 파국에 이르렀다. 대외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독선적 결정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동맹과의 협력과 존중’을 강조하며 갈등을 빚어온 매티스 장관은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문제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매티스 장관은 20일(현지시각) 오후 ‘2월 사임’을 발표하기 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아프간 철군을 재고할 것을 설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하자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당신은 더 잘 맞는 견해를 가진 국방장관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거부와 비판도 표시했다. 그는 “내가 지녀온 핵심적 믿음은 국가로서 우리의 힘은 고유하고 포괄적인 동맹·파트너십 시스템의 힘과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고 이들 동맹국에 존중을 보여주지 않고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며 ‘동맹’을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당신처럼, 나도 처음부터 미국의 군대가 세계의 경찰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며 “대신, 우리는 공동 방위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동맹에 효율적인 리더십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 힘의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리아·아프간 철군을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반박한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다만 후임자 인선 등을 고려해 2월 말까지는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장관은 과거부터 여러 지점에서 견해차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을 놓고 싸우고 오면 매티스 장관이 날아가서 동맹의 기여에 감사를 표하며 수습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결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였다. 지난 8월에는 매티스 장관이 “더 이상의 한-미 연합훈련 유예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가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이 “돈 많이 드는 연합훈련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뒤집기도 했다.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매티스 장관이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동료들에게 “초등학교 5~6학년 같은 행동과 이해력을 보인다”고 비판한 것으로 그려진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군 창설이나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멕시코 국경 군 병력 배치에도 부정적이었다.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매티스 장관을 “민주당 사람 같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매티스 장관을 기용하면서 “미친개”(매티스 장관의 별명)를 반겼으나, 그 이후에는 합리적인 그를 “온건한 개”라고 못마땅해했다. 그럼에도 매티스 장관은 지난달까지도 주변에 “국방부 인사 문제 등 할 일이 많다”며 물러나지 않을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최근 차기 합참의장으로 자신이 추천한 데이비드 골드파인 공군참모총장이 아닌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자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어 시리아·아프간 철군 문제가 파국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매티스 장관이 물러나면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며 안정성을 보충해준 ‘어른들의 축’이 모두 퇴장하는 셈이 된다. 이미 물러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연말에 물러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 이어 매티스 장관까지 떠나면 미국 대외정책이 ‘트럼프 일방주의’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언론은 해병대 대장(4성) 출신인 그를 ‘안심 사령관’이라고 불러왔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어 “매티스 장관이 미국의 국제 리더십의 핵심 측면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첨예한 견해차로 사임한다는 점이 특별히 괴롭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매티스 장관의 사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질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킨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북한 문제 등 국제 현안을 다뤄가는 과정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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