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4 08:32
수정 : 2018.12.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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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패트릭 섀너핸(오른쪽) 국방부 부장관을 1월1일자로 장관대행에 지명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월9일 백악관에서 회의하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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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1월1일부터 섀너핸 부장관이 국방장관 대행”
지난 20일엔 “매티스 장관, 우수한 성적으로 2월 말 은퇴”
측근 “최근 언론 부정적 보도 보면서 분노”
시리아 철군은 “천천히, 고도로 조율하면서” 속도조절 내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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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패트릭 섀너핸(오른쪽) 국방부 부장관을 1월1일자로 장관대행에 지명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월9일 백악관에서 회의하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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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패트릭 섀너핸(56) 국방부 부장관을 내년 1월1일자로 장관 대행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히고 내년 2월 말까지 근무하기로 한 제임스 매티스 장관을 예정보다 두달 앞당겨 내쫓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매우 재능 있는 패트릭 섀너핸 부장관이 내년 1월1일부터 국방장관 대행을 맡는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트릭은 부장관 시절과 과거 보잉 재직 시 많은 업적을 갖고 있다”며 “그는 대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티스 장관과 마찬가지로 워싱턴주 출신인 섀너핸 부장관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을 나와 항공사 보잉에서 30년 근무하면서 787 드림라이너 총괄관리와 공급망·운용 수석 부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7월 의회 인준을 거쳐 국방부 부장관으로 일해왔다.
섀너핸 부장관을 1월1일부터 장관 대행이라고 발표한 것은 매티스 장관이 그날부로 떠난다는 얘기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등 철군 결정에 반발해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후임 국방장관 지명 절차와 군사태세 관련 의회 청문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방장관 회의(2월) 등을 고려해 내년 2월28일까지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당시 트위터로 “매티스 장군이 2년간 국방장관으로 일한 뒤 2월 말에 은퇴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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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부터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부장관이 장관대행 직무를 맡을 것이라고 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3일(현지시각) 트위터 글.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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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두달 앞당겨 매티스 장관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매티스 장관이 그에게 보낸 사퇴 서한과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화났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사퇴 서한에서 ‘동맹과의 협력·존중’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내가 지녀온 핵심적 믿음은 국가로서 우리의 힘은 고유하고 포괄적인 동맹·파트너십 시스템의 힘과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고 이들 동맹국에 존중을 보여주지 않고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적었다. 미 언론은 매티스 장관 사퇴 결정에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균형을 보충해줄 어른이 모두 떠나게 됐다” “트럼프를 막을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 “매티스 사퇴, 연방정부 셧다운, 주가 폭락 등 미국이 혼돈에 빠졌다”며 부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도,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 전문가들이 텔레비전에 출연해 매티스 장관의 용기를 극찬하는 것을 보면서 갈수록 화가 치밀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 참모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로 매티스 장관 사퇴 방침을 알릴 때만 해도 매티스 장관이 “우수한 성적으로” 은퇴할 예정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서 화를 못 참고 두달 앞당겨 그를 내쫓기로 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의 사퇴 서한을 받은 직후에도 트위터에 그를 칭찬하는 글을 올린 것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 편지를 읽지 않고, 그 뒤 언론 보도를 보면서 매티스 장관이 자신의 동맹 무시와 독재자 포용을 비난한 것을 깨달았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해임했을 때 나는 그에게 두번째 기회를 줬다. 어떤 이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매티스 장관은 2013년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으로 일할 때 너무 강경하다는 이유로 해임된 바 있다. <시엔엔>(CNN)은 매티스 장관의 연말 퇴진을 두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사람이 남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을 앞당겨 쫓아내는 동시에, 이 사태의 원인이 됐던 시리아 철군은 천천히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길고 생산적인 전화통화를 했다”며 “우리는 이슬람국가(IS), 시리아에 대한 우리의 공동 개입, 완만하고(slow) 고도로 조율된 미군 철수에 대해 논의했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 19일에는 “우리는 이슬람국가를 물리쳤다. 시리아 주둔 미군이) 돌아오고 있다”며 즉각 철수 방침을 밝혔으나, 비판을 의식해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 발언이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이 질서 있는 철군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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