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4 18:11
수정 : 2018.12.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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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10월23일 백악관에서 열린 군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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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월1일부로 부장관이 국방장관 대행”
매티스 퇴임 시기 갑자기 두 달 앞당겨
미국 언론 “사퇴 서한에 뒤늦게 분노 폭발”
권부 수장들 파리 목숨…“누가 아니오라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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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10월23일 백악관에서 열린 군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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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2월 말까지 근무하고 물러나기로 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올 연말에 내쫓기로 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행태가 심해지면서 워싱턴의 혼돈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패트릭 섀너핸(56) 국방부 부장관을 1월1일부로 장관 대행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패트릭은 부장관 시절과 보잉 재직 시 많은 업적을 갖고 있다. 그는 대단할 것”이라고 했다. 섀너핸 부장관은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을 나와 보잉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787 드림라이너 총괄관리와 공급망·운용 수석부사장을 하고 지난해 7월부터 국방부 부장관으로 일해왔다.
섀너핸 부장관이 장관 대행이 된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반발해 20일 사퇴 의사를 밝힌 매티스 장관이 연말에 떠난다는 얘기다. 매티스 장관은 사퇴 의사를 발표하면서 후임 지명 절차와 군사 태세 관련 의회 청문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의(2월)를 고려해 내년 2월28일까지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시 트위터로 “매티스 장군이 2년간 국방장관으로 일한 뒤 2월 말 은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매티스 장관이 “우수한 성적으로” 은퇴할 예정이라며 칭찬까지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돌변으로 매티스 장관은 사퇴 예고 사흘 만에 당장 짐을 싸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매티스 장관의 퇴임을 두 달 앞당긴 것은 사퇴 서한과 부정적 보도에 화났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사퇴 서한에서 ‘동맹과의 협력·존중’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어긋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내가 지녀온 핵심적 믿음은 국가로서 우리의 힘은 고유하고 포괄적인 동맹·파트너십 시스템의 힘과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고, 동맹국들에 존중을 보여주지 않고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충동적인 대통령에게 균형을 보충해줄 어른이 모두 떠난다”, “매티스 사퇴, 연방정부 셧다운, 주가 폭락 등 미국이 혼돈에 빠졌다”며 부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 전문가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매티스 장관의 용기를 극찬하는 것을 보고 갈수록 화가 치밀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 참모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퇴 서한을 받은 직후에도 트위터에 칭찬 글을 올렸다며 “대통령은 편지를 읽지 않고, 그 뒤 언론 보도를 보면서 매티스 장관이 자신의 동맹 무시와 독재자 포용을 비난한 것을 깨달았다”고 짚었다. 뒤늦게 분노가 치밀어 두 달 앞당겨 그를 잘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아무리 고위직일지라도 눈 밖에 나면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내쫓고 있다. 그는 3월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교체 사실을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이 새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는 트위트로 알렸다. 틸러슨 당시 장관은 이게 보도되고 3시간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경질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런 문제점을 트위터로 밝힌 국무부 차관도 곧바로 해임됐다. 러시아 게이트 수사로 미운털이 박힌 앤드루 매케이브 연방수사국(FBI) 부국장도 같은 달 정년 퇴임을 하루 앞두고 해임됐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상에 분노해, 측근들이 불가능하다는데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해임할 수 있는지 물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지난해 5월)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지난달)도 러시아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한테 면박을 당하다 쫓겨났다. 국무부, 국방부, 법무부, 연방수사국 등 핵심 권부의 수장들이 모조리 ‘이별의 예의’ 없이 내처진 것이다. <시엔엔>(CNN)은 “이제 트럼프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사람이 남았나?”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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