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5 16:16
수정 : 2018.12.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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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지역의 한 상점에서 점원이 산타클로스 인형을 진열하고 있다. 신화통신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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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가 종교·가치관 이유로 성탄절 금지
남반구 호주는 온난화로 폭염 속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 나라들도 기후 변화로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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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지역의 한 상점에서 점원이 산타클로스 인형을 진열하고 있다. 신화통신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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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때아닌 수난?
최근 중국 허베이성의 한 도시가 ‘트리 장식’, ‘캐럴 부르기’, ‘카드 보내기’ 등 자연스러운 크리스마스 기념 행위를 금지(?)해 논란을 빚었다. 이 도시는 길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 등을 세우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공문을 지역 상점들에 보냈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산타클로스 인형이나 양말 등 상품을 팔면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단속의 명분은 ‘거리 청결’ 등 사회 질서를 유지였다.
같은 허베이성의 또 다른 도시에선 교육 당국이 크리스마스 관련 축제를 금지했고, 학생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제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에 배포했다. 또 크리스마스 앞두고 휴가를 내지 말도록 의무화한 시와 기업도 있다.
크리스마스를 금지하는 중국 내 이런 분위기는 최근 심화된 미-중 갈등으로 인해 경직된 중국 사회 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서양 문물과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라는 중국 공산당의 교조적 이념과 궤를 같이 한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그동안 묵인해 왔던 지하 교회를 잇따라 단속하고 있다.
무슬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소말리아, 타지키스탄 등에서도 크리스마스 축하를 법으로 금지한다. 치안 악화로 고통 받고 있는 소말리아는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행사가 테러범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행사를 막고 있다. 소말리아 보안요원들은 12월에 크리스마스 행사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왕가의 원칙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행사 일체를 금지한다. 동남아시아의 천연가스 부국인 브루나이에선 무슬림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경우 최대 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왕가의 전통과 이슬람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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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해변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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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의 고향인 북유럽 국가들은 올들어 심해진 이상 기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하얀 설원의 산타클로스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 핀란드가 기후변화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홍수와 산불 등을 겪었던 스웨덴 중부의 작은 마을 모라는 올해 눈이 내리지 않아 기계로 인공 눈을 만들어 축제를 준비 중이다. 핀란드에서도 눈이 늦게 내려 크리스마스에 호수 주변에서 하이킹과 낚시를 즐기는 행사가 성행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국은 최근 산타크로스의 썰매를 끄는 ‘빨간 코’ 루돌프의 모델인 순록도 지난 20년 사이 개체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선 폭염 속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스트레일리아 일부 지역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어 경보가 발령됐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킴벌리 소재 피츠로이크로싱 지역은 크리스마스 당일 최고 기온이 46도까지 올랐고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내륙 지역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평균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다. 오스트레일리아 기상국은 예년 장마철 기후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더운 공기가 누적돼 무더위가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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