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7 15:38
수정 : 2018.12.2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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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을 앞에 두고 연설하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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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 앞두고 첫 해외 미군 부대 방문
시리아 철군 논란 속 이라크 계속 주둔 방침
“부유한 나라들은 우리한테 돈 더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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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을 앞에 두고 연설하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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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이라크의 미군 부대를 깜짝 방문했다. 분쟁 지역 미군을 찾아간 것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처음이다. 그는 이곳에서 시리아 철군 결정을 방어하고,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 없다”고 거듭 선언했다.
연방정부 일부 셧다운(업무 정지) 속에 백악관에서 성탄절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그날 밤늦게 백악관을 떠나 이라크 바드다드 서쪽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내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과 소수의 기자들이 동행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부터 이라크에 주둔해온 미군은 현재는 약 5000명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병들 상대 연설 및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고 우리의 엄청난 군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더는 이용당하지 않겠다”며 “미국이 모든 짐을 다 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호구(sucker)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또 “우리는 대부분이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들에도 있다.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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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미군 장병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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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 2200명 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군 지휘관들이 ‘주둔을 6개월만 연장하면 안 되겠냐’고 하길래 ‘안 된다’고 했다. ‘6개월 더’를 벌써 여러 차례 줬다”고 말했다. 다만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듯 “강하고, 사려 깊고, 질서 있는 철군을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군 1만4000명 가운데 절반을 감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에서는 철군하지 않고, 이곳을 중동의 미군 거점으로 삼을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슬람국가가 무슨 일을 벌이면 우리는 (이라크를 거점 삼아) 매우 빠르고 강하게 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3~4주 전에 이미 계획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비판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사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분위기 반전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에게 분쟁 지역 방문은 고조되는 위기를 잠시 피하면서 항공 재킷을 입고 사령관처럼 행동하는 이미지를 보여준 기회였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경찰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한 데 이어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지 않겠다고 다시 선언한 것은 미국의 전통적 외교 노선이었던 개입주의와의 결별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번에도 “부유한 나라들이 우리에게 (보호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거듭 압력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병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쓴 모자에 사인을 해줬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성탄절 등에 해외 미군 부대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이라크를 방문하고, 아프간은 4차례 찾았다. 미군의 해외 주둔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년이 다 돼서야 처음 방문했다. 그는 ‘안전 문제’가 걱정됐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대통령직에 대한 걱정이 있었고, 퍼스트 레이디도 걱정됐다. 캄캄한 비행기, 모든 창을 닫고 어떤 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여러 비행기를 타봤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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