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8 09:54
수정 : 2019.01.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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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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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일 물러날 것…개도국 인프라 민간 기업에 합류”
임기 3년 남기고 7일 오전 이사회에서 ‘깜짝 발표’
중국 대출·기후변화 등에서 트럼프 정부와 이견 해석
미 언론 “후임 선정에 미국과 다른 회원국 논쟁 일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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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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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수장에 오른 김용(59·미국명 Jim Yong Kim) 총재가 다음달 1일 물러나겠다고 7일(현지시각) 밝혔다. 두번째 5년 임기(2017년 7월~2022년 6월)를 3년 이상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사퇴하는 것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 총재는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2월1일 세계은행 총재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위대한 기관의 헌신적인 직원들을 이끌고 빈곤 없는 세상으로 더 가까이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민간 기업에 합류할 것”이라며 “민간 부문에 참여하는 기회는 예상 못 했던 것이지만, 이것이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중요 이슈와 신흥시장의 인프라 부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성명에서, 다음달 1일부터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임시로 총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총재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지낸 보건 전문가로, 2009년 미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올랐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시절인 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에 올랐으며, 2016년 9월 연임에 성공해 2017년 7월1일부터 두번째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세계은행은 1945년 설립된 뒤 김 총재 이전까지 모두 미국인이 총재를 맡아왔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임기 도중에 물러난 총재들이 있었지만, 김 총재처럼 ‘깜짝 발표’는 드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 총재의 사퇴 발표가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불화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총재가 사퇴를 발표하면서, 민간 부문 참여를 “예상 못 했던 것”이라고 밝힌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비비시>(BBC)는 “김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 충돌은 피했지만, 그의 정책 접근은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가끔씩 불화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미국 석탄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김 총재 아래의 세계은행은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끝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재무부는 세계은행이 중국에 너무 많이 대출을 해준다고 비판해왔다”며 세계은행과 미 재무부가 종종 적대적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 재무부가 지난해 4월 세계은행의 130억달러 증자를 지원했던 점을 볼 때, 김 총재와 미 행정부의 정책적 마찰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총재가 주도한 세계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내부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세계적 경제 기구인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총재를 맡는 게 암묵적 합의였다. 이 전통에 예외였던 김 총재가 사퇴함에 따라, 후임이 계속 비미국인으로 이어질지, 다시 미국인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후임 총재 선정을 놓고 미국과 다른 회원국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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