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8 15:52
수정 : 2019.01.0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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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밤 멕시코 북부 티후아나와 미국 영토를 가르는 철제 장벽 앞에 한 소년이 서있다. 티후아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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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대국민연설, 10일엔 텍사스 국경 방문
연말연초 ‘나홀로 트위터’ 홍보전 부족 판단
법적·정치적 논란에도 국가비상사태 선포할 기세
민주당 “어떠한 폭군 행태도 반대할 것”
공화당에도 “국가비상사태는 더 복잡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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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밤 멕시코 북부 티후아나와 미국 영토를 가르는 철제 장벽 앞에 한 소년이 서있다. 티후아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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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향해 귀를 막은 듯 달려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한편으로 대국민 연설과 국경 방문을 계획하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나섰다.
국경장벽 건설 예산안 대치로 인한 연방정부 일부 셧다운(업무 정지)이 16일째를 맞은 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동부시각 8일 밤 9시에 남쪽 국경 지역의 인도주의와 국가 안보 위기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한다”고 트위터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는 국경 지역에서 안보와 인도주의 위기 문제를 다루는 최전방 사람들을 만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런 연속 행보는 크리스마스부터 연초까지 연휴에 한 트위터 홍보전이 큰 효과를 못 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워싱턴을 비운 사이에 대중에게 국경장벽 문제의 긴급성을 납득시킬 수 있었는데 ‘나홀로 백악관’ 트위트로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에는 국경 순찰대원들을 데리고 백악관 기자실에 나타났으나 이 또한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대국민 연설과 국경 방문은 ‘국경 위기’를 강조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셧다운의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려는 의도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위한 밑작업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7억달러(약 6조4천억원)의 장벽 건설비가 포함된 예산안을 민주당이 계속 거부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는 초강수를 예고해놨다. 의회 절차 없이 국방 예산을 전용하고 군대를 동원해 장벽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불법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백악관 자문법률가들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과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등은 미국에 망명하려는 가족 단위 입국자가 급증하고, 마약과 인신매매가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해마다 약 4천명의 테러 용의자들이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오며, 가장 취약한 입국 지점이 남쪽 국경”이라고 했다가, 진행자한테 “그들 대부분은 공항에서 붙잡혔다”는 면박을 당했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제럴드 내들러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언급에 대해 “대통령이 스스로를 왕이나 폭군으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안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존 코닌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수는 있지만, 그건 이 상황에다 몇 주,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는 법정 증언과 소송을 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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