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9 16:08
수정 : 2019.01.0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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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첫 방중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 CC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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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 위원장 방중 이틀째까지 반응 안 내놔
조셉 윤 “시 주석에 동의받고 트럼프에 ‘중국카드’ 의도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 말이나 3월 초 열릴 듯”
조윤제 주미대사 “정상회담 위한 준비회담 개최 기대”
시진핑이 미국에 전할 김 위원장 메시지 중요
시, 지난해 북-중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와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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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첫 방중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 CC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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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네번째 중국 방문에 대해 8일(현지시각)에도 공식 반응 없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중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성격이 강한 만큼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과 함께 ‘입장’을 정리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방중 이틀째인 이날, 국경장벽 건설 연설에만 집중한 채 북한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의 1일 신년사에 트위터로 “나도 만나고 싶다”고 화답하고 이튿날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했으며, 6일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이 공개된 뒤 대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언론의 논평 요청에 “중국에 물어보라”고 했다. 북-중 정상회담 내용 파악에 나서면서 이것이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을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연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시 주석한테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해도 좋다’는 그린 라이트(승낙)를 받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는 이렇게 큰 중국 카드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곧 잡힐 것으로 본다”며 “아마 2월 말이나 3월 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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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가 9일 호위를 받으며 베이징 중심가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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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신년사로 비핵화 및 북-미 대화 의지를 밝힌 직후라는 점에서도 표면상 멈춰 있던 북-미 대화 열차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준비 회담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서도 “확실한 것은 김 위원장과 북한은 대화와 협상 국면을 지속시키길 원한다는 것”이라며 “미국도 북한을 계속 대화와 협상 프로세스에 붙잡아두면서 북-미 관계와 비핵화 진전을 모색해가겠다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9일 귀국 열차를 탄 이후 시 주석이나 중국 정부가 이번 회담을 미국에 어떻게 설명하고 협의할지로 초점이 이동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5월 김 위원장과의 다롄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함께 추진하자”고 했다. 김 위원장도 미국에 전달될 메시지를 맡겨놨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가시적이고 추가적인 비핵화 행동이 제시된다면 북-미 대화는 더욱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중국이 만족스러운 반대급부를 제시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완화에 힘을 실어주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미국의 반발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중이 연말 이후 무역 협상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며 대북 문제에서도 공조 기류를 보이는 점을 볼 때, 시 주석이 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미국은 경제 제재는 유지한 채,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비핵화 행동에 대한 상응 조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 행보를 충분히 파악한 후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회담이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이 이어질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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