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9 11:53
수정 : 2019.01.19 12:03
트럼프, 김 부위원장 면담뒤에도 직접적 언급 안해
지난 6일 “정상회담 장소 머잖아 발표” 뒤 침묵
국무부도 18일 폼페이오-김영철 회담 직전에야 공개
북 비핵화 만족할 답변 없어서? 구체 성과 전까지 신중?
셧다운·러시아 스캔들 등 국내정치 논란 속 ‘로우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고도 공개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7개월 전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15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김 부위원장을 90분간 만났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회동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께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날 면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표 직후에도 입을 다물었다. 평소 하루 10여건씩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여러 사안에 ‘깜짝 발표’를 하고 기자들과의 장시간 문답을 즐기는 그는, 이날 밤까지도 북한 관련 트위트를 한 줄도 안 올렸다. 기자들과 직접 접촉도 없었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정상화하기 위해 6월1일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당일치기로 방문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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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1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한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출처: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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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90분간 만났으며, 커다란 봉투에 담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다.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서도 “매우 흥미로은 친서다. 조만간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전달받는 사진들도 즉시 공개됐다. 차량에 오르는 김 부위원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전송하는 모습도 취재진이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6일 “머지 않아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뒤 북한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미 행정부 전체가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를 최대한 ‘조용히’ 소화하고 있다. 국무부는 김 부위원장이 17일 밤 워싱턴에 도착한 뒤까지도 “발표할 회담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국무부는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18일 고위급회담이 열리기 2시간 반쯤 전에야 언론에 이 회담을 예고했다. 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낮 12시15분에 만난다’는 사실을 면담 7분 전에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부담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컸던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2차 정상회담에서는 진전된 구체적 성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한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답을 못 얻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북-미가 접점을 찾으려면 실무협상 등 추가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 언론은 이날 백악관이 ‘2월 말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것만으로도 ‘북한의 비핵화 행동도 없이 정상회담 개최를 못박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 상황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로우키’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 민주당과의 첨예한 정치적 대립,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손에 잡히는 결과물 없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과도하게 내세우기를 조심스러워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현재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국경장벽과 셧다운 문제다. 그는 이날 저녁 트위터에 “내일(19일) 오후 3시 백악관에서 우리의 남쪽 국경에서의 인도적 위기와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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