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30 13:46
수정 : 2019.01.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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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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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 주역 혼다 전 의원 인터뷰]
“일본 정부 사과 못 받고 별세한 것 너무 슬퍼.
지난해 병원 갔을 때 ‘꼭 아베 꺾으라’ 당부.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싸우길 지켜볼 것”
“수요집회에 젊은이들 참여 보고 기분 좋아
이들이 과거를 알게 되는 한 이 싸움 값어치”
“아베, 지도자답게 모호하지 않게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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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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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는 강한 여성이고, 강한 정신력을 가진 분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갈 때마다 찾아뵙고 존경을 표했다.”
2007년 미국 연방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클 혼다(77) 전 연방 하원의원은 28일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를 이렇게 기렸다. 그는 일본계이면서 하원의원(2001~2017년) 시절은 물론 그 이후에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일본 정부와 싸워왔다.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혼다 전 의원은 29일 현지시각으로 자정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중요한 뉴스”라며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김 할머니를 가리킬 때는 한국말로 “할머니 김복동”이라고 했다.
혼다 전 의원은 “김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별세한 게 너무 슬프다”며 “이제 한국에 (피해자가) 23명밖에 안 남았다. 이럴 때마다 일본의 사과를 받도록 계속 싸워야 한다고 되새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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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마이클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과 김복동 할머니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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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전 의원은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다. 2017년 10월 집회 때는 김 할머니가 함께 있었지만, 그가 지난해 11월 집회에 갔을 때 김 할머니는 병원에 있었다. 그는 “병원으로 찾아갔더니 할머니는 ‘와줘서 고맙다’고 하고, 헤어질 때는 ‘꼭 아베(일본 총리)를 꼭 꺾으라’고 당부했다. 반드시 사과하도록 만들라는 말씀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김 할머니는 이제 영면에 들어갔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가기를 기대하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혼다 전 의원은 미래 세대들가 과거 일본의 만행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집회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것은 젊은이들의 참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었다”며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젊은이들이 계속 알게 되는 한 우리의 이런 노력은 값어치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 밀고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점을 거론하면서 “미국에서도 정치인들이 아베 총리가 사과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하고, 한국계 미국인들이 단합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할머니가 지금 살아있다면 지난해 병원에서 했던 말을 또 할 것”이라며 “우리는 사과를 받으려 계속 싸우고, 가르칠 것이며, 김 할머니와 피해자들을 위한 우리의 책임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혼다 전 의원은 아베 총리에게 직접 하고픈 말을 묻자 “지난 15년간 요구해온 것”이라며 “일본 지도자로서 진실과 책임을 인정하고, 모호하지 않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아이들이 과거를 알고, 인권을 침해하거나 여성에게 폭력을 가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시민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A급 전범인 점을 거론하면서 “아베는 자신의 가족이 이 문제의 일부였기 때문에 체면 구길 것을 두려워하거나 사과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라며 “지도자답게 사과하라”고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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