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영하 50도 체감 한파, 호주는 영상 50도 폭염

29일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이어진 시카고 근처 미시간호 주변 나무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EPA 연합뉴스

일리노이 등 5개 주 비상사태 선포
저체온증 3명 사망, 학교·공항 올스톱
기상학자들이 온난화 영향이라는데도
트럼프 “온난화 어딨냐? 빨리 돌아와라”

호주엔 영상 50도 육박 폭염

29일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이어진 시카고 근처 미시간호 주변 나무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오대호 주변에 체감온도 영하 50도의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저체온증으로 3명이 숨지고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면서 5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9일 일부 지역 기온이 섭씨 영하 30도 근처까지 내려가는 기록적 한파가 지속되면서 오대호 주변의 일리노이·위스콘신·미시간주와 중남부 앨라배마·미시시피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추위의 주범은 겨울 폭풍 ‘제이든’이다.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최저기온이 29일 영하 29.4도까지 떨어졌고, 30일엔 영하 30.5도, 체감기온은 영하 50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시카고 기상 관측 사상 최저기록(영하 32.7도)에 육박하는 추위다. 주정부는 10분 이상 피부가 추위에 노출되면 동상에 걸릴 수 있고, 심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며 외부 활동 자제를 당부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는 50대 남성이 눈을 치우다 쓰러져 숨지는 등 29일 저체온증으로 3명이 사망했다.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등을 비롯한 공항들에서는 28~29일 2000여편 이상 항공편이 결항됐다. 학교들은 휴교에 들어가고 관공서도 문을 닫았다. 미술관, 동물원, 공연장도 휴관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름다운 중서부 지역에 기록상 가장 추운 영하 51도의 체감 한파가 몰아친다. 제길, 지구 온난화는 어디 간 거냐? 제발 빨리 돌아와라, 지금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온난화는 미국의 산업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중국 등이 만든 음모론이라는 지론을 다시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맹추위가 오면 이런 반응을 내놓고는 했다.

하지만 기상학자들은 기록적 한파는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극 대류권을 빠르게 회전하면서 북극권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온난화로 약해져 찬 공기가 남쪽으로 쉽게 내려온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기상청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한편 남반구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일부 지역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북서부 마블바의 낮 기온이 49.3도를 기록하면서 60년 만에 가장 뜨거운 날씨로 기록됐다. 야생마 90여마리와 물고기 100만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기상학자들은 온난화로 인한 열돔 현상으로 더운 공기가 갇힌 게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