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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3 18:00 수정 : 2019.02.13 20:18

하와이 마우이섬의 폴리폴리 주립공원에서 10일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관측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속 300㎞ 강풍과 12m 파도 동반
“기상이변 원인은 지구온난화”
북반구-남반구 모두 온난화 위협권

하와이 마우이섬의 폴리폴리 주립공원에서 10일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관측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겨울, 남국의 정취를 떠올리며 하와이에 간 이들이라면 오히려 눈 구경을 해야 할 처지다. 미국 본토를 덮친 겨울 폭풍이 따뜻한 섬까지 몰려오면서 강설, 강풍, 최저기온 기록이 한꺼번에 깨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하와이 기상청 발표를 인용해, 지난 주말부터 호된 겨울 폭풍이 하와이의 여러 섬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10일 빅아일랜드섬에는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등급(5등급·250㎞)에 해당하는 최대 시속 300㎞의 강풍이 불었다. 하와이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바람이다. 카우아이섬 북쪽에서 12m 높이의 파도가 쳤다.

마우이섬의 폴리폴리 주립공원에서는 해발 1890m 높이에 눈이 쌓였다. 지금까지 하와이에서 관측된 가장 낮은 고도의 강설은 1952년 2286m 지점이었는데 이를 깬 것이다. 해발 4190m의 마우나케아 화산 정상 부근 기온은 1979년 관측된 역대 최저기온(영하 11.1도) 밑으로 내려갔다.

겨울 폭풍으로 피해도 잇따랐다. 마우이섬 해안에서 서핑을 하던 60대 남성이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나무와 전봇대가 쓰러지고 지붕이 날아가는 피해가 속출했다. 2만7000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항공편과 배편이 끊겨 관광객 2400여명의 발이 묶였다. 호놀룰루 동물원에서는 강풍에 사육장이 파손돼 아프리카코뿔새 등이 탈출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미국 기상 당국과 전문가들은 하와이를 덮친 겨울 폭풍도 역설적으로 온난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극지방과 중위도의 기온 차가 작아져 북극권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며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때 북극의 찬 공기를 품은 극소용돌이가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남하한다는 것이다.

하와이는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곳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어서 태풍이 빈번하고 극지방의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피해가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하와이제도 북서쪽에 있는 4만4500㎡ 크기의 섬 하나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물 아래로 잠겼다. 이 섬은 멸종위기종인 하와이 몽크바다표범과 바다거북의 주요 서식지다. 지난해 4월 하와이 와이파 지역에는 하루 만에 1262㎜의 폭우가 쏟아져 24시간 최고 강우 기록을 갈았다. 하와이의 기온 상승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바닷물 증발량도 많아진 게 폭우로 이어지고 있다.

하와이를 덮친 겨울 폭풍은 미국 동부에 이어 북서부를 강타한 것과 같은 종류다. 11일엔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연평균의 2배인 36㎝의 기록적 눈이 내려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주 중부 지역에서는 1m가 넘는 눈이 쌓여 도로가 폐쇄되기도 했다. 좀처럼 눈을 보기 어려운 캘리포니아 해안에도 눈이 내렸다. 지난달 말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최저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얼어붙게 한 기록적 한파로 인한 사망자 수가 27명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남반구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일부 지역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달 3일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퀸즐랜드주에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댐이 범람해 30만마리 소가 급류에 휩쓸려 떼죽음을 당한 일도 발생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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