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6 15:34
수정 : 2019.03.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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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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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특검 보고서 이후 여야 공격-수비 뒤바뀌어
트럼프 “사악한 일 한 사람들, 분명히 조사받을 것”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은 ‘힐러리 특검’ 주장
스티브 배넌 “트럼프, 특검 결과 반대자 때리기에 쓸 것”
민주당은 보고서 전면공개·법무장관 청문회 등 별러
내부적으로는 ‘정책 이슈 집중해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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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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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보고서 요약본이 공개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대대적인 민주당 때리기에 나섰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러시아 공모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뮬러 특검 보고서를 계기로 공격-수비 구도가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매우 사악하고 나쁜 일을 저지른 많은 사람들이 있다. 국가에 반역적인 일이라고 말하겠다”며 “그 사람들은 분명히 조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뮬러 특검이 명예롭게 행동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며칠 전만 해도 “뮬러는 한 표도 못 얻은 사람”이라며, 선출되지도 않은 사람이 자신을 조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았으나, 측근들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캠프 등 민주당 쪽에 관한 특검 수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의 외교 고문이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청영장이 발부된 근원을 살펴볼 때”라고 말했다. 당시 연방수사국(FBI)은 감청영장을 발부받는 데 민주당 쪽이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업체 ‘퓨전 지피에스(GPS)’의 트럼프 대통령 관련 파일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 파일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이어졌다.
백악관 참모들도 민주당 및 언론에 대한 공격에 가세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엔비시>(NBC) 방송에 출연해 “언론과 민주당은 대통령을 외국 정부의 요원으로 칭해왔다. 2년을 허비하며 거대한 분열을 초래했다”며 “민주당과 진보 언론은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은 트럼프-러시아 공모의 증거가 있다고 주장해온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캠프는 민주당 의원들이 포함된 명단을 방송사들에 보내 이들의 신뢰성을 문제삼으며 출연 정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야후 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동물처럼 가려 한다”며 “특검 결과를 반대자들 때리기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뮬러 보고서를 22개월간 기다려오다 수세적 위치에 몰린 민주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전략 고민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일단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에 유무죄 판단을 유보했는데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성급히 ‘범죄 불성립’ 결론을 내린 점을 공략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6개 하원 상임위원장들은 바 장관에게 다음달 2일까지 수사보고서 전체를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바 장관 청문회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에만 주력하는 것에 신중해야 하며, 건강보험 등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성 있는 정책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의원들은 이날 주례 회동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시와 핵심 정책 추진을 병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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