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2.06 17:53 수정 : 2005.02.06 17:53

지진해일의 흔적이 말끔하게 사라진 타이 푸껫 해변. 주요 관광지의 경우 1주일 만에 피해가 대부분 복구됐으나, 아직까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 한가한 모습이다.



“관광객 90% 뚝… 쓰나미보다 두렵다”

푸껫은 아름다웠다.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푸껫의 바다는 40여일 전의 참상을 이미 잊은 듯했다. 그러나 6일, 푸껫에서 차를 타고 2시간쯤 걸려 도착한 카오락 지역은 지진해일(쓰나미)의 악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신혼여행객들이 머물던 고급 리조트들은 폐허로 변해 모두 철거됐고, 해변에는 야자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카오락 해변 위쪽에 자리잡은 남캠 마을은 주민들의 80%가 집을 잃었다. 해일은 주요 생계 수단인 배마저 삼켜버렸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재민 집단수용소에서 하루 170밧(우리돈 5000원)을 받고 공공근로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며, 새 삶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남캠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프놈꼰(63)은 지진해일 당시 100만밧(3000만원)에 이르는 큰 재산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흙범벅인 가구들을 씻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해일이 밀려올 때 가족 6명이 모두 2층으로 대피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남았고 삶은 계속돼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푸껫의 경우 빠똥 비치 주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시설들이 다시 제자리를 잡았다. 까따 비치와 까롱 비치, 해지는 언덕으로 유명한 프롬텝 케이프 등은 피해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예전 모습을 회복했다.

하지만 한번 떠난 관광객들은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부 유럽인들만 간간이 찾아올 뿐, 관광객은 예전의 10%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성수기인 2월까지의 겨울 건기에 지진해일 여파가 미쳐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푸껫 당국은 “지진해일을 맞은 지 일주일 만에 관광지 복구를 끝냈고 해일 ‘덕분에’ 물이 정화돼서 30년 이전의 깨끗한 물 상태로 돌아갔다”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본 지역에서 현지인들에게 미안하게 관광을 즐길 수는 없다’는 동양 지역의 정서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성금보다 관광객이 더 필요”

타이 관광청 푸껫지역 소장 수왈라이는 “우리는 두번의 쓰나미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12월26일의 지진해일과 함께, 관광객 감소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까지 쓰나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 보건복지부 푸껫지역 책임자 손분은 “우리에겐 성금보다 관광객이 더 필요하다”며 “국민의 80%가 관광시설에 종사하거나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상황에서 관광객 감소는 지진해일보다도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지의 우리 교민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1000명에 이르렀던 교민들은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상점 문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손님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푸껫 시내에서 한식당 ‘대장금’을 운영하고 있는 황성철(36)씨는 “이런 상황이 한달 넘게 계속된다면 대부분의 교민은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껫 카오락/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