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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중동 평화 속도 조절할 듯 |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중동 방문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4년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폭력행위 중단 및 평화 회담 재개에 합의하는 등 모처럼 극적인 계기를 맞고 있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나 라이스 장관으로서는 역사적인 중동 평화 협상에 그들의이름을 남길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맞았지만 속도를 조절하며 차근차근 진행상황을 지켜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라이스 장관 스스로 표현한 대로 "모처럼 기회"가 왔지만 "앞으로 갈길이 멀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판단이다.
일단 부시 대통령은 과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임시정부 수반과의 회동을 거부해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새로 선출된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과는 백악관회동을 약속하는 등 이미 중동 평화과정에 적극 개입할 뜻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는 윌리엄 워드 중장을 평화 협상을 중재할 '안보조정관'으로 보낼 계획이며, 3억5천만 달러의 팔레스타인 원조도 계획하고 있다.
워드 중장은 취약한 팔레스타인 경찰 조직의 개혁을 총괄 감독할 역할도 맡게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양측에 일괄 타결안을 제안하는 등 평화 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해 발벗고 나설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과거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중동 평화협상을 이끌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같은 이들은 유대인 정착촌의 해체, 팔레스타인들의재이주, 팔레스타인의 비군사화 등의 일괄 타결안을 제안하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은그처럼 성급하거나 또는 대담한 조치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지배적인 견해이다.
AP에 따르면 샤론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 뿐만 아니라 가자 지구에서의 철수를 준비 중인 가운데 워싱턴 근동정책 연구소의 로버트 새트로프는 "미국은 그들이 해야할 그 밖의 일들에 대해 너무 빨리 얘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 미국이 커다란 비전이나 청사진을 갖고 짐을 지워서는 안되며 이는 곧 성공 가능성을 이탈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워커 전 이집트및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의 역할은 양측이 서로 이야기를 하도록 돕는 것이지 협상의 중앙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례로 볼 때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양측이 미국의 중재를 요청해올 것으로 보이나 부시 대통령은 양측 모두 진지하다고 확신하지 않는 한 개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빌 클린턴, 헨리 키신저, 워런 크리스토퍼 등 전직 대통령과 국무장관들이 뻔질나게 중동을 드나드는 등 열심히 협상을 중재했으나 무위로 그쳤던 것도 부시 대통령의 대 중동 행보를 신중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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