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집권 노동자당(PT) 10일로 창당 25주년 |
브라질 집권 노동자당(PT)이 10일로 창당25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0년 이날 상파울루 시내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시온(Sion)이라는 학교에 모인 1천200명의 노동운동가와 진보적 지식인들은 붉은 별이 선명한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창당 선언을 했다.
노동자와 서민 및 빈민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을 자임하며 '가진 자들의 정권'에대항해 투쟁해온지 20여년. 마침내 노동자당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라는걸출한 노동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며 집권당 위치에 올랐다.
당 총재인 조제 제노이노는 "지난 25년은 승리의 역사였으며, 노동자당은 브라질을 변화시켰고 브라질은 노동자당을 변화시켰다"면서 "노동자당은 20세기의 4분의1을 대중과 함께하는 정치투쟁으로 보냈으며, 1964년부터 1985년까지 계속된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고 이 나라를 민주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이 전하는 것처럼, 룰라 대통령과 노동자당의 현재 입장은정부 정책에 반대만 해도 박수를 받던 과거와는 다르다.
룰라 대통령과 노동자당은 '우파보다 더 우파적인 대통령' '중도좌파 노선을 일탈한 사이비 좌파 정당'이라는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면서도 현실주의적인 길을 걸어야 하는 '줄타기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2년 룰라의 대통령 당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내부적으로도 많은 균열을 가져왔다.
좀더 좌파에 가까운 당내 세력은 룰라 대통령의 정치ㆍ경제적 변신을 일컬어'신자유주의로의 투항'이라며 의구심을 넘어 불안감마저 가지고 있다.
최근 노동자당 창당 멤버의 한 사람인 사회학자 프란시스코 데 올리베이라는 "노동자당은 개혁의지를 저버리고 반개혁 세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룰라 정부와 노동자당의 방향성 상실에 회의를 느껴 당을 탈퇴한 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사회자유당(PSOL)을 만들었다.
그러나 노동자당의 정책 변화는 룰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2002년 이전부터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빗나간 변신'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한다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는 얘기다.
노동자당은 지난 2002년 6월에 발표한 '브라질 국민에 바치는 헌장'에서 "노동자당은 현실적으로 국제금융기관의 신용을 담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국가가 할수 있는 약속을 완성하는데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진좌파 진영에서는 룰라 정권이 노선이 전혀 다른 정당들과 협력관계를 맺는것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있다.
제노이노 총재는 이에 대해 "노동자당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가 있다.
지나치게 분파적이거나 의심이 많거나 브라질의 변화가 꾸준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이같은 강변에도 불구하고 룰라 대통령과 노동자당에게는 눈앞의 현실이 급한 상황이다.
노동자 계층 안에서 비토 그룹이 생기고, 빈농단체 회원들은 농토를 되찾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높은 실업률은 여전히 고민거리로남아있기 때문이다.
룰라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임기 2년동안 국민들에게 무언가 뚜렷한 실적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2006년 말 실시될 대선에서의 재선과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브라질의 변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룰라 대통령과 노동자당이 현재의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집권 전반기의 국정 운영 행태에 등을 돌린 중산층 및 지식인 계층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