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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4 19:43 수정 : 2006.01.24 19:46

중, 3조원 투자…미, 이란과 핵갈등 얽혀 ‘눈 부릅’

미국과 중국이 파키스탄 남부의 한 항구를 둘러싸고 뜨거운 물밑 대결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함께 벌이는 그와다르 컨테이너항과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미국이 끊임없이 파키스탄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홍콩 <아주시보>가 23일 보도했다.

이란-파키스탄 국경에서 동쪽으로 72㎞ 떨어진 작은 항구인 그와다르는 인도양에서 아라비아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데다 심해항을 건설할 수 있어 일찍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지목돼 왔다. 이곳은 특히 페르시아만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과 불과 400㎞에 거리에 있어 파키스탄이 일찍부터 개발을 꿈꿔왔다. 파키스탄은 결국 2002년 3월 중국과 손을 잡고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중국이 설계와 건설을 맡아 컨테이너항과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건설비 30억달러(약 3조원)의 80%를 중국이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월 1차로 물류기지가 완공됐다.

거액의 공사비를 중국이 선뜻 부담하기로 한 건 이 항구가 중동·아프리카 동해안~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에 이르는 석유 수송로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캄보디아·타이·미얀마·방글라데시·파키스탄에서 중동·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검은 진주(석유)’의 안전한 수송로를 확보하는 이른바 ‘진주사슬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이 전략에 따라 방글라데시 치타에 컨테이너항을 짓고 있고, 미얀마 해군기지 보수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벵골만과 말라카 해협의 섬에는 전자정보수집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2005년 12월엔 중국과 타이 해군이 타이만에서 합동훈련을 했다. 그와다르항이 완공되면 이곳은 ‘진주사슬 전략’의 핵심 요충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은 “그와다르항의 개발이 신장위구르지역 경제 활성화 등 순전히 상업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나라의 협력은 미국·인도·이란 등 이해 관련국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인도 뉴델리의 인터넷 매체 <퍼블릭 어페어스 매거진>은 최근 “파키스탄은 중국에 건설비 외에 매년 15억달러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파키스탄 정부에 압력을 넣어 중국에 더 많은 공사비와 부담을 요구한 뒤 중국이 포기하면 이 공사를 미국이 떠맡는다는 게 미국 쪽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과 핵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전략적 요충지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와다르 지역 소수민족인 발로치스탄인들의 무장투쟁도 중국을 괴롭히고 있다고 <아주시보>가 보도했다. 발로치스탄 무장조직들은 항구 건설이 외세를 등에 업은 개발이라며 지난해에만 187건의 폭발사건을 비롯해 가스관 습격, 철도 파괴 등의 공격을 했다. 그러나 이런 무장투쟁의 ‘배후’에 대해 중국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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