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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31 19:23 수정 : 2006.01.31 23:35

‘이란 핵문제’ 안보리 회부 전격합의
“3월까지 ‘행동’ 논의 않는다” 유보조항
중·러, 협상 우선태도…외교전 치열할듯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 핵문제를 안보리에 넘기기로 합의한 직후, 미국 고위 관리는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나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안보리는 이란에 경제·군사 제재를 할 수 있어, 이번 합의는 이란으로선 ‘가장 바라지 않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리 회부가 곧바로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에도 3월까지는 안보리에서 이란 핵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유보조항이 들어 있다.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줄곧 반대해 온 러시아와 중국의 뜻을 반영한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합의문도 ‘회부’가 아니라 ‘보고’라는 말로 표현돼 있다. ‘협상’이냐 ‘제재’냐를 놓고 또다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거세지는 압박=외신들은 대체로 이번 합의를 두고 ‘놀랍다’고 표현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지난해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검토하자는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이후 줄곧 이에 반대해 왔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에 국제사회가 이란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미국의 설득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에이피통신>이 지적했다.

두 나라는 지난 30일 이란과 유럽연합(EU)의 최후 협상이 결렬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내놓았으나, 유럽연합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리 회부가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31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 정부에 대해선 핵무기 야망 포기를, 이란 국민들에 대해선 민주주의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이란과 신규 거래를 중단하고, 인도가 이란∼인도 가스관 공사에 적극적이었던 석유장관을 친미인사로 바꾼 것도 이런 미국의 전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제재까지는 첩첩산중=이번 합의로 2일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 긴급 이사회에서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가 결정될 공산이 커졌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어 3월 중 이란 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보고서를 제출하고, 안보리는 이를 근거로 이란 제재의 내용과 강도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는 군사보다는 경제 부문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란의 석유와 가스 수출을 봉쇄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와 가스는 이란 수출의 86%를 차지한다. 이란이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무산시키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안보리에서 이란의 핵활동이 금지선을 넘었고, 이를 되돌리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소진했다는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설혹 그렇게 되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러시아는 그보다는 이란을 대신해 우라늄 농축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발전을 떠받칠 에너지원 확보에 혈안인 중국 역시 이란과 관계가 파탄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란이 석유를 무기로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제재의 현실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석유 매장량 세계 5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인 이란을 제재하기 시작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으로서도 이런 상황은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의 핵시설을 공격했던 것처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정밀히 타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란이 2000㎞까지 날아가는 샤하브 미사일로 중동지역의 미군기지와 이스라엘을 보복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이란이 원유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적으로 봉쇄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붕괴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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