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유엔 사무총장의 ‘마지막 경고’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 위에 군림함으로써 안전을 지킬 수는 없다.” 이달 말 유엔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는 코피 아난 총장은 11일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의 해리 트루먼 기념도서관을 찾았다. 트루먼 전 대통령이 유엔 창설의 중추적 구실을 한 다자주의 외교의 신봉자라는 점에서, 그가 고별 연설 자리로 이 곳을 택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트루먼 전통으로 돌아가야”=트루먼의 대척점에 있을 법한 조지 부시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미 행정부에 고언과 충언을 했다. “힘, 특히 군사력이 사용될 때 세계는 그것이 올바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확신할 경우에만 합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유엔의 승인 없이 미국이 벌인 이라크전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던 아난 총장은 이어 미국이 트루먼 시대 전통에 따라, “멀리 내다 보는 미국의 지도력”을 발휘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포함해 (인권 운동의) 원칙에 충실할 때에만 그 지도력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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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과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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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적은 미국” =하지만 ‘최선의 의도’와 그 실행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아난 총장은 2003년 전쟁과 대량학살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유엔은 주권국가를 넘어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수단 다르푸르 등에서 계속되고 있는 학살을 떠올릴 때 이 선의가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는지 의문은 여전하다. 그는 또 자신의 아들이 이라크 석유 불법거래에 개입된 것과 관련해 조사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재임기간 가장 큰 적은 최강대국 미국이었다. 9.11테러 이후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두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다. 급기야 유엔을 무시한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침공으로 유엔 무용론까지 터져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집단 행동과 상호 협력적인 국제적 시스템과, 부자와 빈국들을 함께 묶는다는 코피 아난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할 지 여부가 반 차기 총장의 재임중 결정적인 도전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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