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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3 20:07 수정 : 2006.02.13 20:18

도야마 시의 비영리법인 ‘이 손가락에 모여라’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 9일 노인들이 휴식을 즐기는 동안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일본 노인복지 현장을 가다

인구 42만명 도야마, 고령화 시대 선진도시 1번지 ‘우뚝’
장애인·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대가족형 시설 ‘모범사례’
노인 활동력 높이는 예방서비스 도입…앞서가는 시행정

일본 본토의 중부에 자리잡은 인구 42만 명의 작은 도시 도야마는 ‘고령화 1번지’로 꼽힌다. 고령화 진행속도가 전국 평균보다 7년 정도 빠를 뿐 아니라,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지자체·시민·업계의 ‘실험’이 가장 왕성한 곳이다.

공생을 배우는 시설=비영리법인 ‘이 손가락에 모여라’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선 거동하기가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려 지낸다. 이곳에 들어서면 대가족이 한집에 살던 훈훈한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노인들은 직원과 자원봉사자의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틈틈이 애들을 돌본다. 장애인들도 아기를 안고 달래는 등 ‘제몫’을 톡톡히 해낸다. 아이들은 소란스럽긴 하지만 끊임없이 재롱을 피워 집안에 활기를 한껏 불어넣는다.

노인개호(수발)와 장애인보호, 탁아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대가족형’ 시설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노인과 장애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어 일부러 이곳에 애들을 맡기는 부모도 적지 않다. 한 초등학생은 이곳의 생활을 담은 글로 지난해 내각부 주최 글짓기 대회 최우수상을 탔다. 그 학생은 “한 치매 할머니는 직원들이 아무리 얘기해도 좀체로 가만히 있지 않지만 애들이 말하면 바로 멈춘다. 아기를 너무 잘 달래줘, 그럴 때면 전혀 병자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20년에 걸친 간호사 생활을 접고 1993년 이 시설을 연 소만 가요코 이사장은 9일 “노인들에겐 애들과 함께 웃고, 화내고, 노래부르고 하는 게 최고의 치료제”라며 “어울려 사는 것이 보통 사회”라고 강조했다. 초기엔 주민들의 이해가 부족해 이용자가 하루 2명이 채 되지 않았다. 시도 지원법규가 없다며 외면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은 이런 대가족형 시설이 ‘도야마형’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앞서가는 행정=도야마 시당국은 2003년 자체 예산을 들여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파워 재활’ 사업을 도입했다. 각종 운동기기와 체조 등을 통해 신체를 자극해 노인들의 활동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불편 정도가 가벼운 노인들이 급증 추세를 보이자 시는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판단했다. 개호예방 서비스를 오는 4월부터 개시하는 중앙정부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운동 뒤 상태가 나아진 고령자가 전체 127명 가운데 75명이나 될 정도로 이 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관련 시설도 2003년 한곳에서 지난해 18곳으로 늘어났다. 고령자 시설 알펜하이츠에서 만난 다이 에미코(82) 할머니는 “1년2개월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걸어다니지 못했다”며 “일주일에 한번 여기서 운동을 하는데 올해 들어 혼자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만족했다. 노인들이 함께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몸에 전혀 부담이 가지 않는 운동법을 적용한 것이 좋은 성과를 낳은 비결이라고 이 시설 관계자는 말했다.

보조 맞추는 업계=도야마에 있는 다테야마과학그룹은 가장 뛰어난 독거 노인 안부확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노인들이 직접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아도 이상을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홀로 사는 노인이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다면, 그 때 생기는 체온변화를 통해 집안 여러 곳에 부착된 고정밀 센서가 이를 포착해낸다. 센서는 무선통신을 통해 응급통보장치에 보낸 신호는 자동적으로 전화선 등을 통해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센터로 연결된다. 이 센터가 직원을 집으로 보내거나 구급차 출동을 소방서에 의뢰하는 등 긴급대응에 즉각 나선다. 시스템 운영책임자인 요시다 가즈오는 “노인 단독세대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시장전망은 매우 밝다”며 “실패율 1% 수준인 정확도를 높이고 감지 시간의 단축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케오카는 1981년 설립 때부터 고령자·장애인용 미니차 제작의 한우물만 파온 기업이다. 직원 7명의 작은 업체이지만 기술은 탁월하다. 최고 시속 60㎞ 이하의 1인용 전기·가솔린차와 스쿠터 등을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들어가 운전하는 자동차, 다리가 약한 사람을 위해 손으로 모든 기능을 작동시키는 핸들도 개발했다. 노인과 장애인이 혼자 가까운 곳에 갈 때 안전하고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 최고가 되겠다는 게 이 업체의 목표다.

도야마/글·사진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노인복지 ‘수발에서 예방으로’

고령자 건강 지키기, 의무보험으로 뒷받침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미니차 생산 전문업체인 다케오카에서 이 회사 간부가 10일 휠체어를 탄 채 운전할 수 있는 1인승 자동차에 올라타고 있다.

지난해 말 후쿠이 현의 오노에서 사용중단된 한 화장장에서 80대 노부부가 분신자살을 해 적잖은 충격을 줬다. 남편은 유언장을 오노 시당국에 우송한 다음날 자정 무렵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인을 데리고 소각로에 들어가 철제 문을 잠그고 불을 질렀다. 82살인 부인은 3년 전께부터 당뇨병으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치매 증상까지 겹쳤다. 80살 남편이 그동안 부인을 돌보며 집안일을 도맡아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75살 부인이 간질환으로 누워만 지내던 79살 남편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허리가 불편한 부인은 더이상 남편을 보살피기 어렵다고 생각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부인은 잠자는 남편의 목을 조른 뒤, 목욕탕에서 자신의 팔을 면도칼로 몇번이나 그었지만 죽음에 이르진 못했다.

일본에선 한국보다 훨씬 앞선 2000년부터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을 돌보는 개호(수발)보험제도를 도입했다. 40살 이상에게 보험가입을 의무화해, 비용의 10%만 내면 개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럼에도 가족들의 고령자 뒷바라지 부담이 워낙 커 이런 비극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개호 대상자가 급속히 늘어나 개호보험 재정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고령자들이 활력을 계속 유지해 개호에 의존하지 않도록 돕는 개호예방 서비스를 도입했다. 불편 정도가 가벼운 고령자를 대상으로 심신기능의 쇠퇴를 막는 데 드는 비용을 개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보험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고령자 시설에 가서 근력운동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 개호요원이 고령자의 집을 방문해 함께 시장을 보거나 요리를 하는 것 등이 그 대상이다. 개호예방 서비스 이용자의 상태가 나아지는 정도에 따라 해당 시설에 ‘성공보수’를 지급해 선의의 경쟁도 유도한다. 그렇지만 서비스의 월 한도액을 정해 업체들의 불필요한 서비스 제공은 막도록 했다. 전체 지자체의 약 80%가 4월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대상자는 160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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