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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유리, 자민당 ‘초비상’ |
"오자와 효과"가 연일 일본 정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실시될 지바(千葉)7구 보궐선거 중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 집권 자민당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보궐선거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신임 대표가 맞대결하는 첫 승부처. 지난 7일 선출된 오자와 대표는 취임 1주일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디어가 연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하면서 민주당은 '오자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엉터리 e-메일 폭로로 신뢰가 추락해 이 선거구에 후보를 구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자민당은 후보가 너무 몰려 '공천=당선'으로 여겨지던 곳. 그러나 실세인 오자와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교도(共同)통신과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뜻밖에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6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도통신 전화여론조사에서 현의회 의원 출신인 민주당 오타 가즈미(太田和美. 26)후보가 집권 자민당과 공산당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니치 조사에서도 오타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의 80%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타후보는 양사 조사 모두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무당파의 30% 가까이를 각각 잠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근 사이타마(埼玉)현 부지사를 지낸 사이토 겐(齊藤健. 46)후보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합공천에도 불구, 현재로서는 자민당 지지층의 60%, 공명당 지지층의 50%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는 마이니치 조사에서 자민당 24%, 민주당 20%, 공명당 5% 등으로 나타나 엉터리 메일 폭로의 후유증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자와 효과로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몸이 단 자민당은 총력전에 나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상 등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 3명을 한꺼번에 지원유세에 투입한데 이어 주말인 15일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가두연설에 나섰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연설을 잘 못해 평소 대중연설을 꺼리는 오자와 대표도 15일 지원유세에 나서 고이즈미 총리와 연설대결을 벌였다. 오자와 대표는 그동안 연설은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에게 맡기고 자신은 업계단체 등을 방문하면서 장기인 조직표 확보에 주력해 왔다.
오자와 대표는 이에 앞서 11일 공명당의 모체인 창가학회를 극비리에 방문, 자민당과 공명당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취임인사 명목으로 20여분간 이뤄진 창가학회 회장 면담에서 정치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공명당은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자민당도 고이즈미 총리 퇴진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자와 대표는 정작 민주당 주도의 인위적 정계개편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이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패한 쪽이 당을 이탈할 가능성을 언급한데 대해 "자민당이 집권당으로 있는한 야당으로 올 국회의원은 없다"면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바 7구 선거구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아직 투표의사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오자와 돌풍은 날개를 달 것이 틀림없다.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9월 선거때 무투표로 그를 재추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자민당이 승리하면 고이즈미 총리는 9월 퇴임때까지 레임덕 없이 집권하는 것은 물론 퇴임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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