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스 교수 한중연 특강…야스쿠니 참배 강력비판
"야스쿠니 참배는 전쟁과 역사의 일국화(一國化)이며, 역사를 폭력적ㆍ반윤리적으로 고쳐쓰는 것이다." 일본사상사학회장을 역임한 비판적 지성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73)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계속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반(反)역사적 내셔널리즘의 표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태평양전쟁의 역사를 "가해자의 입장에서 일국화하려는 반역사적 내셔널리즘"이 동아시아에 커다란 균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윤덕홍)이 미리 배포한 강연문(18일 발표예정)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에서 고야스 교수는 "야스쿠니가 지금껏 동아시아의 국제문제가 돼온 것은 일본이 이를 역사문제로 여기지 않고, 단순히 자국의 주권행사 문제로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일국적 내셔널리즘(nationalism.민족주의)의 논리가 역사 인식에 우선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고야스 교수가 지적하는 '일국주의'의 입장이란 일본이 수행한 중일전쟁ㆍ태평양전쟁의 이른바 '15년 전쟁'과 그 기억의 '일국화'를 의미한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아시아의 전쟁 역사와 기억을 부당하게 일국화하는 것이며 이는 역사의 본질적 왜곡이라는 것이 고야스 교수 비판의 요지. "전쟁이란 본질적으로 일국적 행위가 아닌 국가 사이의 전쟁이며, 넓은 지역에 걸쳐 가해와 피해, 지배와 종속,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의 관계를 가지면서 수행되는 폭력적 사태"이므로 "그 전쟁의 역사를 일본만의 것으로 한다는 것은 역사를 일본 제국의 역사와 동일화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고야스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논의를 '역사의 공유'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까지 발전시킨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유럽연합(EU)과 같이 경제적 요청에 의해 시작된 공동체 개념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사를 공유하면서 공생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공동체'를 뜻한다. 이처럼 그의 '동아시아 공동체' 제안은 동아시아의 역사를 일국화하지 않고 공유하는 '시민운동'에 중점을 뒀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같은 고야스 교수의 논의에 대해 경기대 사학과 김기봉 교수는 주최 측이 미리 배포한 논평문을 통해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 혹은 '지적실험'으로서의 동아시아와 같은 관념적 기획에서 진일보한 '운동'으로서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근대 일본 국민에게 야스쿠니 신사는 민족주의라는 정치종교의 성지로 인식됐다"고 진단하고, "운동으로서의 동아시아공동체에서는 민족종교가 아닌 시민종교로서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며 고야스 교수의 주장을 지지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고야스 교수 초청강연은 ▲15일(한중연) '일본내셔널리즘의 비판적 독해' ▲16일(한중연) '동아시아와 한자' ▲17일(성균관대600주년기념관) '한일관계의 역사와 현재' ▲18일(한중연)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 순서로 네 차례 진행된다. 김석근(연세대), 김경일(상명대), 윤해동(성균관대), 김기봉(경기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선다. ☎031-708-5309.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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