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육상 자위대는 23만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 병사는 없고 하사관과 장교로 이루어진 군대다. 이른바 전군의 간부화가 진행된 군대인 것이다. 유사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2백만 이상의 일반 병사를 조달하는 것은 여반장이다. 또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90식 전차를 비롯해 수 백 대에 달하는 공격용 헬기와 베일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특수부대 등 일본의 육군은 최첨단으로 무장한 군대이다. 일본의 로켓 발사 능력은 또 어떠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H2 로켓을 이용하여 정찰 위성을 쏘아 올리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며, 플루토늄 보유량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대륙 간 탄도탄에 대한 원천적인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군사대국이다. 또 재무장을 착실히 진행한 나라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 일본은 남북한을 상대로 재무장을 하지 않는다. 일본의 상대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강대국이다. 이들 두 나라와 전쟁을 벌여 이긴 경험을 가진 일본이 한반도를 상대로 재무장을 하겠는가.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드러난 일본의 속내 북한이 종합 선물 세트 식으로 7발의 미사일을 동해로 날린 후 일본 내 매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 제재를 선언하고 나왔다. 급기야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을 비롯한 일본 각료들의 선제공격론 발언까지 도출되었다. 혹자는 일본의 이런 발언들은 선거를 겨냥한 국내용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그 외 다른 이유들도 있다. 우선 일본은 전통적으로 한민족을 무시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은 독자적인 문명을 가지고 있지만, 한반도는 중국에 예속된 문명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주장은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 같은 서양 학자들에 의해 이미 오래 전부터 공인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는 세계 문명을 7개로 분류하면서 일본 문명을 독자적인 문명으로 구분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중국에 소속된 유교문명권으로 본다. 일본은 이런 자부심 하에 한민족을 열등한 민족, 저급한 민족, 자주가 없는 민족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열등 민족이 감히 일본을 위협하는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니 얼마나 기분이 상하겠는가. 두번째로, 일본은 헌법을 개정할 명분을 찾고 있다. 일본의 헌법은 평화 헌법이며 맥아더 군정 시절에 형성되었다. 즉, 군대와 핵을 보유하지 않으며 자위권을 행사할 최소한의 병력만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자위대이지만 이미 자위대는 세계 2~3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인 군대가 되었다. 그런데 자위대는 아직 법적으로 군대가 아니다. 그래서 헌법을 개정하여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군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또한 한민족의 자위권이다 아베 신조는 북의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의 자위권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우리 한민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막강한 군사력이 한반도의 안보에 지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므로 일본의 군사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또한 한민족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이다. 만일 일본이 북의 미사일 기지를 제한적으로 폭격한다면 이는 곧 바로 전쟁을 의미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어느 나라이든지 간에 남의 나라를 함부로 폭격하거나 공격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조직 폭력배의 논리로 무장한 강대국은 함부로 다른 나라를 폭격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사의 죄악이다. 일본도 그런 논리로 한민족이 살고 있는 땅을 폭격하겠다면 폭격하라. 그러나 그전에 전체 한민족과 운명을 건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우리를 잘 아는 일본, 일본을 모르는 우리 정말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일본의 최첨단 정찰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감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거의 모든 동태가 일본 내각 조사실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일본의 감청 기술은 미국을 능가한다. 한반도 내의 모든 군사기지에서 흘러 나오는 송수신음은 일본의 정보부에서 녹음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일본을 너무 모르지만, 일본은 우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일본어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 물론 고대 한일사를 알기 위해서 일본어를 공부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사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민족의 역사를 훤히 꿰뚫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또한 한국을 분석한 일본 책들은 아주 방대하지만 일본을 분석한 한국 책들은 아주 미미하다. 우리나라에는 지식인들을 옥죄는 두 개의 금기 사항이 있다. 하나는 반북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본의 능력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말할 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발언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만일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좋게 이야기했다간 곧 바로 친일분자로 낙인찍힌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영남의 발언 사건이다. ‘독도 문제에 있어서 일본이 한 수 위’라는 발언을 했다가 조영남씨는 하루아침에 친일 분자로 낙인 찍혀 엄청난 비난을 받았으며 급기야는 방송 출연까지 정지당했다. 그러나 필자는 당당하게 말하겠다. 분명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한 수 위다.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일본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는 우리나라 보다 일본은 무조건 한 수 위다. 그리고 이는 철저히 우리의 잘못이다. 대일관계에는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워야 한다. 대일관계에서 감정적인 대립은 절대 금기 사항이다.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먼저 흥분하는 팀이 지게 마련이듯 대일관계에서도 먼저 감정적으로 나오면 한 수 접고 들어간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들고 나온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호들갑 떨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겼다고 한탄할 필요도 없다. 이미 일본은 군사대국이며 착실히 재무장의 길을 걷고 있다. 항상 중요한 것은 이성적인 대응이다. 일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일본의 장기적인 국제 전략은 무엇인지 우리는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일본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멀지도 않은 두 나라이건만 문화적인 차이는 어찌 그리 다른지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일본을 모른다는 이야기다. 왜 일본과 우리가 그렇게 문화가 다른지, 일본의 정부 각료들이 가끔씩 던지는 망언들이 과연 망언인지 전략적 발언인지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일본이 양심과 지성을 가지기를 기대한다 일본은 분명 세계적인 군사강국이자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그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남북한보다 더 많은 인구와 영토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항상 일본에게 주문해야 한다.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으로서 이성적인 태도와 수준 높은 자세를 보여 달라고. 백범 김구가 말했듯 한민족과 일본은 다 같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성숙한 외교 관계를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일본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왜 아직도 남경 학살을 부인하고 있으며, 731부대의 만행과 정신대 만행을 부정하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하는가 말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다면 먼저 성숙한 자세와 수준 높은 문화를 이웃나라에게 보여야 한다. 자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감춘 채 남의 나라 미사일 발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얕은 수를 사용해선 안 된다. 기대하겠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지정학적으로 보아도 한민족과 깊은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일본이 인류 역사에 빛나는 양심과 지성을 가지기를 바라겠다. 그리하여 한민족과 진정한 동반자적 자세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태도를 갖추기를 바란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