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6 09:41
수정 : 2006.07.16 09:41
제재근거 마련 판단, 6자회담 참가국과 관계악화
일본 정부는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결의 채택에 따라 북한이 미사일을 재발사할 경우 제재를 포함한 국제적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군사행동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규정인 유엔헌장 7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규탄하고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미사일개발을 감시, 관련 물품이나 기술을 구매하지 않도록 요구한 내용이 사실상 7장의 취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을 전개한다는 복안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로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며 "(결의의) 구속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토 신타로 외무 정무관은 결의안이 "구속력이 있으며 유엔 회원국은 북한이 일으킨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결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재발사할 경우 검토중인 대북 경제제재를 즉각 단행하고 이번 결의를 근거로 국제사회에 일치된 대북 압력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외교활동을 전개할 전망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대북제재는 화물여객선 만경봉호의 입항금지(6개월간)에 그치고 있지만 재발사시 금지기간의 연장을 비롯 개정외환법에 근거한 대북 송금, 수출입 무역 중단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개정외환법은 "우리나라의 평화 및 안전의 유지를 위해 특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유엔 회원국들이 각국의 사법당국과 국내법, 국제법에 따라 북한을 감시하면서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회원국들에게 요구한다"는 이번 결의 내용이 개정외환법 강행추진을 위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이 당초 가장 우려했던 것은 안보리결의가 '형해화'하는 것이었다"며 "이는 결의에 실효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근거를 잃어 북한에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유엔의 대처가 '보도용성명'에 그쳤던 것이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발사로 이어졌다면 이번 결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계기로 이미 미국과 공조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조기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데 이어 '군비증강'을 겨냥한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소 외상은 16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일.미 동맹의 의의 재확인을'이라는 기고문을 내고 "북한 탄도미사일의 연속발사에 대한 대처를 보아도 자위대와 미군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정보수집을 통해 미사일 궤적을 추적, 분석 등을 유연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미국과의 동맹, 미군의 억지력으로 일본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적절한 것이 아닐까"라며 미국과의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미사일과 함께 일본이 최대 대북관련 과제로 여기고 있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관한 압력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15일(현지시간) G8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납치문제에 언급 "인권에 반하는 중대한 침해이며,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미사일의 국제 공론화를 계기로 납치문제에 대한 규탄여론도 확산시키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 안보리 결의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한데 이어 '선제공격론'을 제기, 한국과 강한 갈등을 빚었고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는 중국 및 러시아와 마찰을 겪는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일본 정치권에서조차 나왔다.
특히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제재결의를 표결하고 중국이 반대할 경우 오히려 중국이 고립될 것" "그 경우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주도적 입장을 잃어버릴 것" 등 결의안 대처를 중국을 흔드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으로서는 강력한 대북 압력을 위해 철저히 미국에만 기대는 외교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미국 조차 '6자회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일본과는 다소 다른 대북 접근을 보여주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유엔 결의에 대처한 자국 외교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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