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5 10:51
수정 : 2006.08.05 10:51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다음달 20일 치러지는 차기 일본 내각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아베 관방장관은 총재선거에 대한 파장을 줄이기위해 지난 4월 비밀리에 참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쟁자들에게 좋은 공격거리를 제공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재 선거는 아베 장관을 지지하는 젊은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한 야스쿠니신사 '참배파'와 '참배 자숙파'로 갈라져 대결하는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장관은 관방장관 취임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 참배를 지지하면서도 자신이 수상이 될 경우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차기 총리의 최유력 후보로 굳어진 올 4월 참배를 했다는 사실을 놓고 일본 정가에서는 총리 취임후에도 참배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포스트 고이즈미' 당내 경쟁자인 다니가키 사타카즈(谷垣楨一) 재무상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그동안 야스쿠니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비판적이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의 불출마 선언으로 아베 장관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후보들에게는 아베 장관의 참배가 차별화를 위한 호재가 되고 있다.
다니가키 재무상이 아베 장관의 참배 사실이 밝혀진 4일 자신은 총리 재임중 참배를 하지않겠다고 공언하고, 아베 외상이 총리 재임중 참배를 사실상 자숙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도 바로 그 때문.
출마를 접은 후쿠다 전 장관의 지지 세력을 규합, 아베 장관과의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후쿠다 전 장관의 지지를 검토해온 가토 고이치(加藤 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도 이날 한 TV 녹화프로에서 아베 장관의 참배를 비판하면서 다니가키 재무상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내비쳤다.
자신의 정치 신념을 확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한.중 양국 관계를 배려해 비밀참배라는 형식을 취한 아베 장관으로서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고육책이었지만, 총재 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거세질 당내외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아베 장관을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그의 야스쿠니 참배 사실이 선거 결과에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스쿠니 문제는 오는 15일 일본의 종전기념일을 앞두고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여부도 걸려 있다. 총재 선거의 쟁점이 되는 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민당 내는 물론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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