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후진타오 반대'에도 지난해 강행
한국 의원.시민단체 야스쿠니방문 항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공언대로 오는 8월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를 강행할 지 여부가 안팎의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현지에서는 15일 오전 7시 참배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 '개인 참배 형식' 취할 듯 =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연일 "(집권) 공약은 지켜야 한다"며 8.15 참배를 공언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강행을 위해 여론을 떠보는 등의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01-2004년 4차례의 참배시 연미복이나 전통의상인 '하오리 하카마'를 입고 신사 본전에 올라 제단에서 정식 참배했다. 방문록에는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기재했다. 헌화료는 사비로 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참배 때는 양복 차림이었고 본전에 오르지 않은 채 참배전에서 참배했다. 개인 참배의 색채를 풍겼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한달 전 오사카고법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참배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 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현지 언론은 고이즈미 총리가 "본전에 올라 제단에서 정식 참배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참배를 "개인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되풀이하고 있는 점에 비춰, 지난해처럼 개인 참배의 형식을 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8월13일 첫 참배시 참배하면서 "종전기념일의 참배가,평화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기본적 입장에 의심을 품게한다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또 한국.중국 정상과 조속히 회담을 갖고 이러한 '신념'을 설명하겠다고도 했다.
2002년 4월 참배 때는 "종전기념일과 기념일을 전후한 참배에 구애돼 다시 안팎에 불안과 경계를 갖게하는 것은 내 생각에 반한다"는 소감을 냈다. 일각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과거 이러한 발언을 들며 '8.15 참배'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 '후진타오 반대 메시지'에도 참배강행 =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30일 베이징(北京)에서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오쿠다 히로시(奧田碩.73) 회장과 가진 비밀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중단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오쿠다 회장은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참배에 대해 갈등하고 있는 것 같다. 총리로부터 '나는 친중파입니다'라고 전해달라고 당부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임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확실히 전해달라"며 "일본 지도자로서 국가, 민족, 역사에 책임을 갖는 입장에서 참배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후 주석의 메시지는 추후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달됐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그해 10월 참배를 강행했다. ◇ 한국.대만.일본 시민단체 야스쿠니참배 저지 = 한국과 대만, 일본 시민단체 회원 등 500여명은 지난 11일 이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저지하기 위한 촛불시위 등을 연일 도쿄에서 벌이고 있다. 이들의 시위는 15일까지 계속된다. 또 김희선, 유기홍, 임종인, 문학진 등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10명이 12일 야스쿠니신사를 방문, 신사 책임자를 만나 유족의 동의없이 합사된 2만1천여명의 한국인의 합사취소 등의 요구를 담은 28개 항목의 질의서를 전달하고 군국주의를 고무하는 전쟁박물관인 유슈칸에서 현장조사를 했다.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과격한 행동을 벌이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도 ▲야스쿠니신사의 해체와 평화적 추도시설 건립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중단 등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전했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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