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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4 14:09 수정 : 2006.08.14 14:09

정면에서 바라본 야스쿠니 신사

도쿄 도심 황궁 근처 구단시타(九段下)라는 언덕길 한쪽에 자리잡은 '야스쿠니'(靖國)신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참배로 일본 안팎의 시선이 쏠려있는 이 신사의 이름인 '야스쿠니'는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 1879년 국가가 신사를 관리하면서 메이지(明治) 당시 천황이 붙였다.

◇ '전쟁신사' 야스쿠니 = 이 신사에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태평양전쟁 등 개항 이후 전쟁에서 천황을 위해 숨진 일반인을 신(神)으로 기리고 있다. 전몰자 총 246만명 가운데 213만명이 태평양전쟁 전사자. 일제에 의해 강제연행돼 목숨을 잃은 한국인도 2만1천명 합사돼 있다.

침략전쟁을 지휘, 도쿄전범재판에서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14명의 A급 전범이 1978년부터 합사돼 있다.

연합국 군사령부(GHQ)는 종전 후 국가신도를 금하고 이 신사를 단순 종교법인으로 격하시켰다. 매년 봄.가을 대규모 위령제를 열고 있으며 종전일인 8월15일에는 우파들의 순례성지로 떠오른다.

야스쿠니신사는 명실공히 '전쟁신사'이다. 자살특공대였던 이른바 '가미가제 특공대'가 "죽어서 야스쿠니에서 만나자"고 다짐한 뒤 출격했었다. 패전 이전까지는 육.해군성이 관리했으며 신사 안에는 일본 근대 육군을 만든 오무라 마스지로의 동상과 도쿄전범재판 당시 전범 피고 전원의 무죄를 주장했던 인도인 펄 판사의 비석이 있다.

야스쿠니신사의 '군국주의' 성격을 증거하는 시설이 본전 오른편의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의 존재.

유슈칸에는 자살공격을 감행한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의 유품과 유서과 전시돼 있으며 일본의 전쟁이 강요된 자위전쟁임을 주장하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일본 전국에는 52개의 '호국신사'가 있다. 주로 지역출신 전몰자를 제사지내기 때문에 야스쿠니처럼 A급 전범을 합사한 곳과 합사하지 않은 곳이 있다. 전쟁 전에는 호국신사를 내무성이, 야스쿠니신사를 육.해군성이 관리했으나 전후에는 모두 종교법인이 됐다.

야스쿠니신사를 포함한 전국 8만여개의 신사 대부분은 신사본청이 관할하고 있지만 야스쿠니신사만은 '전국 호국신사의 총본산'이라는 성격 때문에 신사본청에 속해있지 않다.

◇ 재정난 야스쿠니, 정.관.학계인사들이 관리 = 야스쿠니신사의 수입은 기업과 개인들의 기부금 등 봉납금과 새전과 부동산 수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 예산은 작년 대비 5% 줄어든 18억엔.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신사 수입은 1985년 32억엔에 달했으나 지금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몰자유족들의 고령화와 사망으로 전체 수입의 70-80%를 차지하는 기부금 및 새전 수입이 격감한 것이 원인이다. 신사를 떠받치고 있는 '숭경봉찬회'(崇敬奉贊會) 회원은 2003년 9만3천명에서 지난해 8만명으로 줄었다. 연회비 3천엔을 내는 이들은 매달 1천명 꼴로 줄고 있다.

신자를 대표하는 '숭경자총대회'(崇敬者總代會)의 정원은 10명. 미쓰비시도쿄UFJ 은행고문과 시세이도 상담역, 전 황족, 전 최고재판소 장관, 도쿄산업대 교수 등 정.관.학계 등의 보수인사로 구성돼 있다.

총대의 임기는 3년. 신사의 예산과 결산 외에 신사의 운영방침, 합사자의 승인 등 주요사항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일본유족회장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이 최근 A급 전범 분사를 주장하며 총대회에서 탈퇴, 현재 총대는 9명이다.

신사 책임자인 궁사(宮司)는 총대회에 출석하며 사실상의 의장이다. 주로 옛 화족(華族)의 자손 가운데 선발된다. 난부 도시아키(南部利昭) 현 궁사는 9대째로, 옛 화족단체의 추천으로 지난 2004년 9월 취임했다. 과거 광고회사 '덴쓰'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부동산 임대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 '분사론'의 노림수..천황참배 실현 = 일본 정치권에서 A급 전범의 분사와 비종교법인화론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의 한명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의 공식 제기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으며 유족회장인 고가 전 자민당 간사장과 아베 장관의 최측근인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정조회장도 가세했다.

문제는 '분사론'과 '비종교법인화론'의 노림수이다. 1985년 '8.15 참배'로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지난 9일 "천황이 참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총리의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시사하듯 일본 보수세력들의 바람은 천황의 전몰자 추모를 실현시키는 일이다.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한 천황의 참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일부 진보지식인들은 '분사론'이 오히려 시대착오적이며 차기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그만두는 '결단'을 내리고 이의 계승을 의무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의 입장에서 '비종교법인화'를 위해서는 숭경자총대회가 종교법인의 해산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영령'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일개 전쟁기념관으로 전락할 것을 유족들이 우려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

'분사'는 구체적으로 이름과 본적, 계급, 사망일시와 장소 등을 기록한 봉안전 '레이지보'(靈璽簿.영새부)라는 명부에서 A급 전범의 이름을 삭제하는 매우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신사측은 한번 합사된 영혼은 물처럼 서로 '섞이기' 때문에 A급 전범만 따로 떼어내 옮긴다는 개념은 신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주장을 펴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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