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4 18:47
수정 : 2006.08.14 18:47
야스쿠니 합사 취하소송 이끄는 긴조 미노루
일본 오키나와 출신 조각가 긴조 미노루(67·사진)의 아버지는 태평양 전쟁 때 열아홉의 나이로 자원입대했다가 3년만에 숨진 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 긴조가 3살 때였다. “아버지의 얼굴도, 손길도, 목소리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그는 아버지가 신사에 합사됐다는 사실을 40여년이 지난 1985년에야 알게 됐다.
태평양 전쟁에 강제동원된 오키나와인 24만명을 학살한 장본인이라는 생각에 아버지를 인정할 수 없었던 40여년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합사된 사실을 알고 그는 “일본 제국주의를 지키는 신으로 모셔져 있는 아버지는 침략전쟁의 가해자인 동시에 천황제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비록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가했다 하더라도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 누구도 아버지가 신사에 합사된 사실을 몰랐고, 원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한 합사취하 소송 오키나와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그는 14일 도쿄 메이지공원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집회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누구의 동의도 없이 전쟁 참가자들을 1급 전범들과 함께 합사한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자, 이미 죽은 이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대만·오키나와의 징용자들은 일본 본토의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돼 희생된 사람들”이라며 “자신들의 나라에 애국심을 가졌지만 힘이 없어 희생된 그들을 마치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처럼 정부와 언론이 호도하는 것은 또다른 범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긴조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비롯해 유력 정치인들이 반복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병적인 민족주의의 발로이자,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의 신사참배를 두고 위헌소송을 내 “총리의 공식적·지속적인 참배는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 21조 위배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그는, 오는 9월 고이즈미 총리를 상대로 낸 신사참배 위헌 소송의 판결도 기다리고 있다. 합사취하 소송은 이 판결이 나온 뒤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1999년 오키나와에 강제징용된 한국인 희생자들의 추모비를 경북 영양군에 건립했으며, 지난 5월에는 오키나와에 같은 추모비를 세우기도 했다.
도쿄/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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