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5 07:57
수정 : 2006.08.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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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오전 7시45분께 도쿄 도심 규단기타(九段北)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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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현직총리 참배 나카소네 이후 21년 만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주변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오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7시45분께 도쿄 도심 규단기타(九段北)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연미복 차림의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7시30분 승용차로 총리 관저를 출발해 10분 뒤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 신사 관계자들의 안내로 본전에 올라 참배의식을 올렸다.
일반 참배객과 수많은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한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를 마칠 때까지 약 15분간 신사에 머무는 동안 시종 굳은 표정을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후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급 전범 등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몰자 전반에 대해 추도의 마음을 표한 것"이라며 주변국 등의 비난을 오히려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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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에 머리 숙인 고이즈미 일본 총리.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오전 7시45분께 도쿄 도심 규단기타(九段北)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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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과 중국이 내가) 참배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8.15 참배'를 선택한데 대해서는 "8월을 피해도 언제나 비판과 반발에는 변함이 없다"며 "오늘이 적절한 날이 아닌가"라고 강변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과 중국 등 인접 아시아 국가에는 광복일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8월15일 태평양전쟁의 원흉인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데 대해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이 잇따랐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정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2001년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는 매년 한차례씩 모두 6번째다. 그러나 종전기념일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이날을 피해왔다.
또 현직 총리가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 이후 21년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01년 자민당 총재선거 때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반드시 참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음달 퇴임하는 그는 재임중 공약을 지키기위해 참배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달들어 기회있을 때마다 "공약은 지켜져야한다" "언제 참배하더라도 비난받는다"며 참배 강행 의사를 피력해 왔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가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행보를 일본의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 참배 자제를 촉구해 왔다.
주변국의 이같은 요청을 무시한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참배 강행은 한국과 중국 등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국민들의 반일(反日)감정을 한층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음달 20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와 곧이어 치러지는 총리 선거에서도 야스쿠니 참배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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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참배 논란 일지
야스쿠니(靖國)신사에는 태평양전쟁 주범으로 도쿄 전범재판에서 기소돼 처형되거나 복역 중 숨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겸 육군대신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일제의 군국.침략주의에 대한 향수로 비쳐지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고 결국 정상회담이 중단되는 등 동북아시아의 외교 불안을 야기한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15일 종전기념일 참배를 계기로 야스쿠니 참배 논란 일지를 정리했다.
▲1879 = 도쿄 쇼콘샤(招魂社), 야스쿠니(靖國)신사로 개칭
▲1945.12 = 연합국 군총사령부(GHQ), `신도지령'으로 국가신도 폐지
▲1951. 10 =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총리, 야스쿠니 참배
▲1978. 10 =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 14명 비밀리 합사
▲1979. 4 = 언론, A급 전범 합사 사실 보도
▲1985. 8 =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첫 8.15 야스쿠니 공식
참배. 한국, 중국 등 반발로 A급 전범 분사(分祀)론 부상
▲1986. 8 = 나카소네 총리, 주변국 고려 8.15 참배 중지
▲1996. 7 =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 참배로 주변국 강력 반발
▲1999. 8 =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관방장관, A급 전범 분사 및 야스쿠니
신사 특수법인화 언급
▲2001. 4 = 고이즈미 총리, 8.15 참배 공언
▲2001. 8.13 = 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 전격 참배
▲2002. 4.21 = 고이즈미 총리, 재임중 2번째 참배
▲2003. 1.14 = 고이즈미 총리, 재임중 3번째 참배 단행
▲2004. 1. 1 = 고이즈미 총리, 재임중 4번째 기습 참배
▲2004-2005 = 후진타오(胡錦濤) 中 주석, 노무현 대통령 참배 중지 촉구
▲2005. 9.30 = 오사카(大阪)고등법원 총리 참배 '위헌' 판결
▲2005.10.17 = 고이즈미 총리, 재임중 5번째 참배
▲2006. 5.9 = 일본경제동우회, 총리 야스쿠니 참배 반대입장 표명
▲2006. 6.23 = 최고재판소, 야스쿠니 위헌소송 상고 기각
▲2006. 4.15 =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 비밀 참배
▲2006. 7.20 = 고 히로히토(裕仁) 천황 A급 전범 합사 '불쾌감' 표명 메모
언론 보도
▲2006. 8.15 = 고이즈미 총리, 현직 총리로 21년만에 종전기념일 참배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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