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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5 11:12 수정 : 2006.08.15 15:16

야스쿠니에 머리 숙인 고이즈미 일본 총리.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오전 7시45분께 도쿄 도심 규단기타(九段北)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전 올라 총리대신 ‘고이즈미’ 기재
헬기 뜨고 취재진 몰려, ‘고이즈미’ 연호하기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보란듯이 '8.15 야스쿠니(靖國) 참배'를 강행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15일 오전 7시30분 관용차를 타고 비서관을 대동한 채 총리 관저를 출발, 10분 뒤 야스쿠니신사 본전으로 통하는 입구인 도착전(到着殿)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연미복 상의에 줄무늬 바지 차림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곧장 도착전 입구를 통해 입장, 신사 관계자의 인도를 받아 참배전의 계단을 오르내린 뒤 다소 느린 발걸음으로 한발 한발 본전(本殿)으로 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본전 앞 계단에서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본전에 올라 제단 앞에서 한 차례 절했다. 2차례 절하고 1차례 박수친 뒤 다시 1차례 절하는 신도 방식은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문록에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기재, 총리 자격으로 참배했음을 분명히했다.

헌화료 3만엔은 개인 돈으로 냈다. 15분간의 참배를 끝낸 고이즈미 총리는 양쪽 어금니를 앙다물고 미간을 찡그린 다소 긴장되고 굳은 표정이었다.

일본 총리의 '8.15 야스쿠니 참배'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이후 21년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취임 첫해인 2001년 8월13일 참배하는 등 매년 한차례씩 총 5차례 참배했지만 8.15 참배는 피해왔다.


특히 지난해는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오사카고법의 총리참배 위헌판결 등에 따라, 양복 차림에 일반 참배전에서 간단하게 참배하는 등 주변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참배에 대해서는 "전쟁에서 원하지 않는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없었던 분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바치고 두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참배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내달말 퇴임하는 그는 최근들어 "공약을 지키겠다. 언제 참배해도 비판받는다"며 8.15 참배를 공언해왔다.

더욱이 올 참배는 사실상의 '공적(公的) 참배'로 볼 수 있는 2004년 이전의 '본전 참배'로 회귀, 한국과 중국의 비판이나 법원 판결, 참배를 반대하는 다수 여론 에 개의치 않겠다는 '오기'를 분명히했다.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일본 공영.민영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아침부터 부슬비가 뿌리는 가운데 신사 현장에는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려 고이즈미 총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 '취재 전쟁'이 벌어졌다. 또 방송 헬기 6대가 신사 공중을 선회하며 고이즈미 총리의 움직임과 신사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신사는 아침 일찍부터 유족 등 참배객과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모습을 보기위해 나온 일반인, 우익단체 회원들, 경찰, 경비요원 등으로 북적댔다. 신사 내 연도에 늘어선 이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관용차가 신사로 들어서자 준비해온 일장기를 흔들며 '고이즈미 총리'를 연호하며 환영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직접 보기위해 신사에 나왔다는 대학생 마에다 다에코(前田多惠子.23)씨는 "전몰자들 덕분에 지금의 일본이 있으며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솔직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인 야마모토 다헤(65)씨는 "일.중 관계가 걱정된다"며 "A급 전범을 분사해 기분 좋게 참배하고 싶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가져올 파장에 우려를 드러냈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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