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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5 19:53 수정 : 2006.08.15 20:01

한·중 ‘고이즈미 후계 0순위’ 아베 집중견제

일 총리 야스쿠니 참배 강행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오만한’ 모습이었다. 약식 참배를 한 지난해와 같은 조심스러움도 이번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15일 참배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마지막 퍼포먼스’=고이즈미 총리는 5년여 임기 동안 해마다 참배를 강행해 왔다. 국내외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2001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자신의 공약인 8·15 참배는 자제했다. 그렇지만 다음달이면 물러날 그로선 지금이 ‘주변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참배에 대해 “이미지 정치의 대가인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최후의 정치 퍼포먼스”라고 지적했다.

입다문 주한 일본대사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항의로 외교통상부로 초치된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가 입을 굳게 다문 채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번 참배에선 ‘비난하면 더 한다’는 식의 ‘오기’도 적잖이 엿보인다. 언제 참배해도 반발을 받을 터이니, 반발 강도가 더 세더라도 15일 강행한다는 것이다. 예상을 깨고 지난해보다 참배에 더 격식을 차린 데 대해서도 그는 “확실하게 참배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참배가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한 듯하다. 그의 참배로 야스쿠니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겠지만,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절대적 우세가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자신의 남은 임기가 한달 남짓이어서 과거에 비해 참배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달 초부터 한·중의 반응을 떠보면서 참배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들을 해왔다.

“초점은 차기 총리”=8·15 참배에 대해 일본 극우세력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지만, 우파 사이에서도 무책임한 지도자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자신의 고집을 앞세우느라 경색된 주변국 관계의 회복은커녕 더욱 깊은 생채기를 남김으로써 국익을 해쳤다는 것이다.

한·중과의 관계는 한층 악화될 게 확실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한·중으로서도 차기 정권과의 관계 회복이 훨씬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날 나온 한·중의 강력한 비난도 차기 총리가 될 아베 장관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더 짙다.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물러날 사람을 엄중히 꾸짖음으로써 새 지도자에게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의 참배 강행으로 차기 총리는 더욱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이미 지난 4월 한차례 참배한 아베 장관은 집권 뒤 곧바로 참배 공방에 휩싸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지만 ‘야스쿠니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정상회담 재개 등 주변국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아베 총리’의 참배를 둘러싼 기나긴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방명록에 ‘총리대신’…연미복차림 15분 참배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린 15일 아침 7시30분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관용차로 총리 관저를 출발해 10분 뒤 야스쿠니 신사의 본전으로 통하는 도착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연미복 상의에 줄무늬 바지 차림의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곧바로 본전으로 향했다. 그를 보려고 본전 앞마당에 몰려든 우익단체 회원과 참배객 등은 일제히 환호성을 울리며 손에 든 일장기를 흔들어댔다. 그러나 그는 이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합사자들의 명부가 비치된 봉안전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위헌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두번 절, 두번 박수, 한번 절’이라는 신도식은 피했다. 헌화료 3만엔도 사비로 냈다. 그렇지만 방명록에는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썼다. 그는 15분 만에 참배를 마치고 신사를 떠났다. 양복 차림으로 참배전 앞에서 절만 했던 지난해보다는 한층 격식을 차린 것이다.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보려는 인파가 아침부터 대거 몰려, 오전 9시까지 신사를 참배한 사람이 지난해의 5배에 이르는 1만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침 6시50분께에는 시민 30여명이 신사 주변에서 총리 참배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다 경찰 기동대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참배는 일본 공영·민영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반일감정 불질렀다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한 대일행동네트워크’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의 군국주의 규탄 시민공동행동’에서 참석자들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야스쿠니 신사의 사진을 불태우려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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