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5 19:54
수정 : 2006.08.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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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베이징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쪽 시위 참가자들의 셔츠엔 두 나라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댜오위섬(일본명 센카쿠열도)을 지키자”는 구호가 쓰여 있다. 베이징/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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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일본대사 불러 항의하고 재발방지 요구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5일 아침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자, 한국과 중국 정부는 똑같이 자국 주재 일본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하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냈다. 두 나라는 “깊은 실망과 분노”, “강력한 분노와 규탄의 뜻”을 밝히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한국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겉으론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내용적으론 더 원칙적이고 강경해졌다. 이는 이날 나온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을 지난해 10월17일 고이즈미 총리의 5번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때의 성명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야스쿠니 신사의 성격을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고 있는”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지난해의 “전쟁범죄자가 합사된”이라는 표현보다 포괄적이고 원칙적인 것이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일본 안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에이(A)급 전범 분사’보다는 ‘제3의 추도시설 건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쪽에서 나온 ‘제3의 추도시설 건립’ 얘기를 우리는 외교 약속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지난해 성명에선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 행위를 “과거 일본 지도자들이 행한 사죄와 반성을 무효화하는 행위”라고 규정했지만, 이번엔 “국수주의자의 자세”라고 직접적으로 공박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그간의 사과와 반성을 “실천으로 증명해줄 것”을 요구하며, △독도 △역사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4대 현안에 대한 ‘실질적 조처’를 촉구했다.
이번 사태가 이미 예상된 탓인지 중국 정부의 대응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단호했다. 중국 외교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마친 지 5분밖에 지나지 않은 이날 아침 7시50분께 홈페이지를 통해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미야모토 유지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외교부 성명 내용과 같은 수준의 ‘강력한 분노와 규탄의 뜻’을 밝혔는데, 이는 최근 중국이 일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태도 가운데 가장 강경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또 관영 〈신화통신〉의 논평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정당화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한·중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방식으로 다음달 자민당 총재 선거를 거쳐 다음 총리가 거의 확실한 아베 신조 관방장관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 문제를 짧고 원칙적으로만 짚고 넘어간 것도, 다음 일본 총리가 고이즈미 총리처럼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점잖게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본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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