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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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유명작가, 투병중 스스로 ‘존엄사’ 선택 |
지난달 31일 투병중 79세를 일기로 타계한 일본의 원로작가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씨가 수명연장 장치를 스스로 떼내고 '존엄사'를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동료 작가이자 부인인 쓰무라 세츠코(津村節子.78)씨는 24일 생가 근처인 도쿄 닛포리(日暮里)의 호텔에서 600명의 가족 친지와 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별식' 인삿말에서 남편의 최후를 소개했다.
쓰무라씨에 따르면, 그는 말기 췌장암으로 자택에서 막바지 투병생활을 하던 지난달 30일 밤 수명 연장을 위해 몸안으로 연결된 관들을 떼내면서 간병하던 딸에게 "나, 이제 간다"고 말한 뒤 몇시간만에 숨을 거뒀다.
요시무라씨는 유언장에도 "목숨 연장을 위한 치료는 하지않는다"고 명시해 가족들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긴급 치료를 하지않고 스스로 최후를 맞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작년 설암이 발견돼 치료를 받다 췌장암으로 번져 지난 2월 수술을 받은 그는 집필을 계속하던 중 7월들어 병세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나 자택으로 갈 것을 희망해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집에서 요양해왔다.
쓰무라씨는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한 것은 그이에게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사람으로서는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서 그이가 자결하는 것을 보아야했기 때문이다"며 눈물을 흘렸다.
요시무라씨는 수술을 받은 뒤에도 마지막 작품인 '사안(死顔)'의 퇴고를 계속해왔다. 쓰무라씨는 "신작의 퇴고가 있었기 때문에 투병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제에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해 보였다"고 회고했다.
'전함 무사시(武藏)' '관동대지진' 등 많은 역사소설을 내놓은 그는 일본내에서 기록문학의 대가로 유명하며,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학습원 대학시절 만나 결혼한 쓰무라씨도 권위있는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했으며, 일본여류문학가회 회장도 역임했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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