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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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법원 “국기·국가 의무화는 양심의 자유 침해” 판결 |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할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방향의 교육 개혁을 주창하고 있는 가운데 국기에 대한 기립과 국가제창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져 주목된다.
도쿄(東京)지법은 21일 도쿄도립고교 등의 교직원 400명이 입학식과 졸업식에서 국기에 대한 기립과 국가 제창을 의무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도와 도교육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측에 국가제창 등의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인정, 도에 1인당 3만엔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국기에 대한 기립과 국가 제창을 원하지 않는 교직원에 징계처분까지 하면서 기립과 제창을 시키는 것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나친 조치다. 국기.국가를 자연스럽게 정착시켜 나가자는 국기.국가법의 제정 취지에 비춰 제창 등을 강제하는 직무명령도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원고 가운데 음악 교사에 대해서는 피아노로 국가를 연주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도쿄도는 지난 2003년 10월 도교육장 명의로 국기에 대한 기립과 국가제창을 실시하면서 각 교장의 직무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복무상 책임을 묻도록 한 통달을 보냈다. 각 교장은 이 통달에 따른 직무명령을 통해 국기 기립과 국가 제창을 강요했다.
일본은 지난 1999년 8월 국기와 국가 문제로 고심하던 한 고교 교장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국기는 일장기로 한다' '국가는 기미가요로 한다'는 내용의 국기국가법을 제정했다. 문부과학성은 이 법의 성립 후 학교 현장에서 잘 실행될 수 있도록 각 교육위원회를 통해 촉구해 왔다.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오는 26일 새 내각을 발족시키는 아베 장관은 "어린이들이 일본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일본의 전통과 문화,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육 기본법의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번 임시 국회에서 교육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부성 등 교육 당국에서 일선 학교측에 국기에 대한 예의와 국가 제창 등을 보다 철저히 지킬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당국과 일선 교사 간의 갈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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