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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강경우파’ 본색 더욱 선명히 드러내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강경 우파 정권'의 본색을 더욱 선명히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29일 취임 후 처음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소신표명 연설'에서 헌법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용인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헌법개정에 필요한 국민투표법이 조속히 제정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총재 선거 과정에서 정권 구상 등을 통해 여러차례 밝혔던 내용이지만, 총리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앞에서 시정 방침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관해 "어떤 경우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해당하는 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를 연구해나가겠다"며 정부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것임을 표명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는 국회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사안으로, 총리가 국회 연설에서 검토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기는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의 검토가 필요한 이유로 국제정세의 변화와 무기기술의 진보, 일본의 국제공헌에 대한 기대감 등을 들면서 "미일 동맹이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해 평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쟁포기'와 '전력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9조의 족쇄에 묶여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미국에 대한 협력을 이유로 헌법상의 해석 변경함으로써 제9조를 사실상 '식물 상태'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그는 또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현행 헌법은 일본이 점령된 시대에 제정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시기에 맞는 바람직한 헌법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 방향성이 제시되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정치 신조인 개헌에 대해서도 의욕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주창한 '아름다운 국가, 일본'의 의미에 대해 ▲문화, 전통, 자연, 역사를 소중히 하는 국가 ▲자유로운 사회를 기본으로, 규율을 아는 늠름한 국가 ▲미래를 향한 성장 에너지를 가진 국가 ▲세계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으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한 정권의 중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교육 개혁'과 관련, 교육의 목적을 "뜻있는 국민을 길러내, 품격있는 국가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교육기본법 개정안의 조기 성립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는 단골 표현인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라는 말은 사용하지않았다.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통한 자위대의 역할 확대, 개헌, 그리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교육 개혁을 통한 강력한 국가상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외교면에서는 '주장하는 외교'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가 일본의 주도로 이뤄졌음을 자랑하면서,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외교와 안보의 국가전략이 신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총리실의 사령탑 기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강조하면서 "미래를 향해 솔직히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단절된 정상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납치 문제의 해결 없이는 국교정상화 협상이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히면서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납치 문제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총리실에 자신이 직접 본부장을 맡는 '납치문제 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했음도 밝혔다.
아베 총리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세출 삭감을 통해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이즈미식 개혁으로 심화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적용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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