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0.08 14:01 수정 : 2006.10.08 14:01

모호한 야스쿠니·역사인식이 ‘지뢰’
한·중 정상 일 방문 약속 여부 초점

'아베 외교'가 시작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과 한국을 선택, 8-9일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전임 고이즈미(小泉) 내각의 아시아 실패를 '바로 세우기'에 착수했다.

하지만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관한 아베 총리의 모호한 입장이 여전히 외교정상화의 걸림돌로 잠복한 가운데 그는 연쇄 정상회담에서 참배 포기의 약속이 아닌 '이해'를 요구할 방침이어서 관계정상화는 한계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첫 방문지로 한.중 선택 = 전후 일본 총리 가운데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하기는 아베 총리가 처음이다. 그간에는 미국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4명, 러시아가 2명이었다.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전임자인 고이즈미 총리에 이어 일.미 동맹을 일본 외교의 기둥이라고 거듭 강조하거나 중국을 견제하면서 인도 등과의 외교강화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첫 방문지로 한.중을 선택할 것이라는 견해는 소수였다.

하지만 그는 무너진 아시아외교를 바로 세우라는 여론의 점증하는 압박과 이달 하순의 보궐선거 및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등 여야의 첨예한 대결국면이 예상되는 자국 내 정치일정을 고려, 득점을 올리기위한 방책으로 한.중 방문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아베 총리가 한.중 연쇄방문이라는 방식을 고집한 것은 아시아외교의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안팎에 과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아베 총리의 한.중 방문에 대해 "우선 (정상간에)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권 출범으로부터) 빠른 것이 좋다고 해 이번에 하게됐다"고 말했다. 연쇄 회담을 발판으로 관계 회복을 가늠해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 아베 "야스쿠니참배 말하지 않겠다" 설명 = 아베 총리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참배가) 외교문제화 한다며 (참배 여부는) 말하지 않겠다는 나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즉 참배 여부를 밝히지 않는 '모호성 전략'을 앞으로도 고수할 계획이며 이를 한.중 정상에 분명히 밝히겠다는 것인 셈이다.

일본 언론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회담에서 야스쿠니 문제에 언급은 하지만 "한마디 두마디만 할 뿐 따지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아베 총리의 태도가 중국측에 의해 수용될 것처럼 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쿵쉬안여우(孔鉉佑) 주일 공사는 6일 도쿄에서 일.중 우호 7개 단체 간부들과 만나 일.중 정상회담이 실현된 것은 "아베 총리가 재임 중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야스쿠니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의 '애매 전략'에 한.중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부가 서로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피할 수 없는 관문이 될 것이라며 '아베 외교'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은 7일 "애매한 자세는 언젠가 파탄난다"며 "그 때 (한.중과의) 신뢰관계가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북핵조율.'셔틀회담 재개' 초점 = 북한의 핵실험 계획 발표에 따라 북핵문제가 연쇄 정상회담의 테마로 급부상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대화하겠다"며 연쇄 정상회담을 통한 대북문제 협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자국 주도로 북핵실험의 포기를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채택한데 이어 한.중 정상과 잇따라 대북대처를 협의함으로써 북한의 고립을 부각시킨다는 복안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다만 일본은 한.중과 북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강화에 합의할 것으로 예측되나 양국이 제재에 소극적인 점을 고려할 때 행동을 담보하는 구체적 합의에 이를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아베 총리의 방문성과는 한.중 정상의 답방 또는 재회담의 약속을 얻어낼 수 있느냐에 집약될 전망이다.

일본측은 오는 11월 중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나 12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3' 등 다국간회의에서 자연스럽게 회동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욱 기대하는 방식은 한.중 정상의 일본 방문.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상호방문 회담을 재개하자고 정식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 '아베 史觀' 표명 =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담화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그는 이미 5일 국회발언을 통해 '무라야마 담화'와 일제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했던 '고노 담화'(1993년)를 정부는 물론 개인으로서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 용의자였던 기시 노부스케(安信介) 전 총리의 태평양전쟁 개전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6일 답변에서는 도쿄 전범재판의 A급 전범자들에 대해 "국내법적으로는 전쟁 범죄인은 아니다"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A급 전범인) 시메미쓰 마모루(重光葵) 전 외상도 그 뒤 훈장을 받았다. 범죄인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쿄 전범재판을 수락한 근거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11조에서 (A급 전범 등을) 범죄자로 다루겠다고 우리가 약속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일본 정부 역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는 승계하나 태평양전쟁의 전쟁책임을 "정부로서는 구체적으로 판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어정쩡한 답변을 각료회의에서 채택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재임중 베이징의 항일전쟁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를 각각 방문하고 과거 일제 침략과 식민지지배에 '반성과 사과'를 표현하거나 A급 전범을 '전쟁범죄인'이라고 분명히 밝혔던 것에 비하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은 상당히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아베 총리의 이러한 역사인식이 "한.중 정상과의 신뢰관계에 미묘한 그늘을 드리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shin@yna.co.kr

신지홍 특파원 (도쿄=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