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국 수뇌 상호방문 활발할 듯
중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밀월시대'로 접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달전만해도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할 만큼 극도로 악화됐던 관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일본 언론 및 소식통들에 따르면, 올들어 중.일 양국간의 정상외교가 활발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우선, 중국측에서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올 봄 일본을 방문하는데 이어 6월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후 주석은 8일 일본 자민당의 연립정권 파트너인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공명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6월 방일을 초청받고는 "초청을 흔쾌히 수락한다. 쌍방의 형편이 좋은 시기를 골라 방문하겠다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또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오타 대표에게 아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양국간에는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올 가을을 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에 앞서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필리핀 세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 기간에 원 총리와 아베 총리간 수뇌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회담의 중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양국간 중단됐던 정상 교류의 재개다. 중.일 수뇌의 상호방문은 지난 2000년 10월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방일하고 이듬해 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방중한 이후 5년여 중단됐다. 또 중국 국가원수로서는 지난 1998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이후 9년간 방일 기록이 전혀 없다. 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 역사인식 문제로 관계가 경색됐으나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계기로 불편했던 관계가 급속도로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일간 얼어붙었던 관계가 이례적인 속도로 해빙되고 있는 데는 양국의 국가 이익은 물론 정권의 이해와도 맞아 떨어지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일본과 중국은 아베 총리의 방중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적 호혜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북핵 문제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등 다자간 문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과 경제협력 등 '호혜'를 도모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과거사 문제에 얽매여 정치적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특히 경제 분야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의 입장에서는 주변국과 갈등 구조를 더이상 방치할 경우 역내 고립을 고착화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고이즈미 정권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만을 중시한 나머지 아시아 외교를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더구나 아베 정권으로서는 내정에서 여러 불미스런 일들로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 외교력으로 점수를 따놓아야 할 판이다. 아베 총리는 정권의 운명이 걸린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아베 총리는 중국,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배려해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는 자숙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메이지(明治)신궁을 참배했다. 야스쿠니 대신에 참배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양국간에는 근원적 해결이 불가능한 여러 현안들이 잠복해 있어 '셔틀 외교' 복원이 진정한 관계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갈수록 보수 본색을 진하게 드러내고 있는 아베 정권과 자민당이 중국의 경제.군사 대국화에 대한 경계가 가시지않는 한 신뢰회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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